‘고위험’ CFD 규제 완화 틈 타… 라덕연, 직장인까지 다단계 타깃 [SG증권發 주가폭락 파문]

안승진 2023. 4. 30. 18: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를 초래한 세력이 주가조작에 악용한 수단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다.

CFD 계좌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이뤄지는 장외파생상품으로 투자 주체가 노출되지 않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세력은 다단계 방식을 통해 투자자를 대거 끌어모을 수 있었다.

주식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CFD 계좌 개설을 위한 전문투자자 요건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투자주체 노출 안되는 파생상품
조건 완화로 4년새 투자자 8배 ↑
연예인·기업인·운동선수 등 연루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를 초래한 세력이 주가조작에 악용한 수단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다. CFD 계좌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이뤄지는 장외파생상품으로 투자 주체가 노출되지 않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세력은 다단계 방식을 통해 투자자를 대거 끌어모을 수 있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FD 계좌는 최대 2.5배 레버리지(지렛대) 매매가 가능한 고위험 상품이다. 이 때문에 전문투자자 자격이 필수로 요구된다. 주가 하락으로 증거금이 부족해지면 반대매매가 발생해 빚더미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 이후 그 기준은 대폭 완화됐다. 본래는 금융투자상품 잔액을 5억원 이상 보유해야 전문투자자 자격을 얻을 수 있었으나 투자 촉진을 위해 2019년 11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요건이 5000만원 이상이 됐다. 이에 따라 전문투자자 수는 3년 반 만에 8배 급증했다.
세력은 이런 허점을 악용했다. 소액을 가진 투자자라도 신분증을 받아 CFD 계좌, 휴대전화를 통한 증권사 계좌를 만들어 투자금을 관리했다. 이들은 주로 장내 유통 물량이 적은 종목을 타깃으로 삼았는데 CFD 계좌를 통해 투자금의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적은 돈으로 많은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세를 띄웠다.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세력이 CFD 계좌를 통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정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통정매매를 통해 장기간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조작 의혹의 중심에 선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회장은 연예인, 기업가, 운동 선수부터 직장인, 청소부까지 타깃으로 투자자를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CFD 계좌 개설을 위한 전문투자자 요건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투자금을 맡기면서도 사용처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H투자컨설팅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결과 발견한 휴대전화만 200여대에 달했다.
'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편취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의 한 실내골프연습장의 모습. 뉴스1
라 회장은 각종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케이블 채널 숨의 사내이사와 강남 골프연습장 운영사의 사내이사를 맡으며 투자자들과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프로 골퍼들과 의사 영업팀을 통해 투자자를 대거 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라 회장은 가수 임창정이 설립한 연예기획사 지분 일부도 매수했는데 임창정은 그 과정에서 라 회장에게 투자금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박혜경은 숨과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계약금과 행사비를 맡겼다. 이만규 아난티 대표도 부친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의 투자 피해를 알리며 “이 전 회장은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있다”고 전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하면서 웬만한 서울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다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게 됐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초고위험 상품 계좌를 개설해주는 게 맞는지 중장기적으로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승진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