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發 폭락사태' 칼 빼든 당국, 공매도 세력 연루도 조사···빚투는 꺾여
대주주 사전인지 여부 집중점검
피해자도 주가 조작 가담땐 처벌
'빚투' 피해 확산에 투자 심리 위축
신용거래 융자잔액 20조 아래로
검찰과 금융 당국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매물 폭탄에 따른 무더기 폭락 사태가 경제·사회적 논란을 키우자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과 관련 기업 대주주들의 사전 인지 여부 등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SG증권발 폭락 사태가 감독 사각지대에 있던 차액결제거래(CFD) 등 ‘빚투(빚내서 투자)’로 인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밝혀지자 투자 심리는 한풀 꺾여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20조 원 밑으로 감소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및 금융감독원은 4월 28일 합동수사팀을 구성한 후 조사 및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검경과 금융 당국은 폭락 사태 전 관련 주식을 대거 매도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이 이번 주가조작 상황에 관련이 있는지 집중 조사하면서 공매도 세력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하한가의 시작점이 어디인지를 유심히 살피면서 물량 폭탄이 나올 때 공매도 세력과 연계가 있었는지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계 증권사인 SG증권 창구를 통해 4월 24일 매도 물량이 처음 쏟아져 나오면서 대성홀딩스·다올투자증권(030210)·삼천리(004690)·세방·서울가스(017390) 등 코스피 5개 종목과 다우데이타(032190)·선광(003100)·하림지주(003380) 등 코스닥 3개 등 8개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가스·대성홀딩스·선광은 4월 27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나타내 주가가 수직 추락했다. 폭락 사태에 관련된 8개 종목의 4월 28일 기준 시가총액은 총 4조 3465억 원으로 일주일 만에 몸값이 7조 8493억 원 급감했다.
검찰과 금융 당국이 이번 사태에 공매도 세력의 연루 가능성을 주목하는 것은 선광의 경우 10주 미만이던 공매도 물량이 폭락 직전인 4월 19일 4만 주 이상 쏟아져 나오면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한 8개 기업의 최대주주가 사전에 주가조작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일부 기업 최대주주들이 주가 폭락 직전에 보유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영민 회장은 4월 17일 시간 외 매매로 주당 45만 6950원에 10만 주를 팔았고 김익래 회장도 4월 20일 다우데이타 140만 주(3.65%)를 주당 4만 3245원에 처분해 605억 원 넘게 챙겼다.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은 피해자로서 이번 사태에 연루됐다고 했으나 합동수사팀은 주가조작 세력과 이 전 회장이 사전에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맺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전 회장 같은 자산가들이나 일부 연예인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임을 호소하지만 사법 당국은 주가조작 세력과 협력·내통했다면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이 주가조작 여부 조사와 수사에 속도를 높이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늦장 대응으로 주가조작 세력들에 물량 처분 기회를 줘 주가 폭락 사태를 야기했다는 책임론이 거론되는 것을 주목하기도 한다. 금융위원회가 좀 더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일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편 빚투 파생상품인 CFD를 앞세운 주가 폭락 사태가 피해를 확산시킨 것으로 드러나자 최근 빚투 열풍은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4월 27일 19조 7787억 원으로 전날 20조 856억 원에서 하루 만에 3069억 원이 줄면서 20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앞서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3월 21일부터 40일가량 상승세를 지속해 4월 24일에는 20조 4319억 원까지 치솟으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이번 사태를 통해 CFD에 투자했다가 증거금률을 유지하지 못해 반대매매에 들어간다는 증권사의 안내 문자나 수십억 원의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라는 독촉 문자 등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빚투 심리를 급속도로 위축시켰다고 본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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