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부지 돌연 취소… 강서구민들 뿔났다
인창개발 '취소처분 취소' 소송
강서구청 "혜택 등 종합검토 중"
"강서구 주민들이 얼마나 기다려왔던 사업인데 재검토도 아닌 취소처분인가요. 해당 사업이 시행사 이익도 있겠지만, 공공이익도 상당한 사업인데 도대체 강서구청을 무슨 생각으로 취소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구민의 안전? 기부채납 확대? 듣기 좋은 말로 본질 가리지 마십시오."(강서구 전자민원창구 공개 상담민원 중 전모씨의 글)
작년부터 '화곡동 빌라왕 전세사기'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서울 강서구가 최근 '제2의 코엑스'로 불리는 4조원대 개발사업 취소 건으로 시끄럽다. 이미 충분한 내부 인가심의를 거쳐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도건위)에서까지 가결된 개발계획을 강서구청이 돌연 취소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부동산PF 시장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강서구청 전자민원창구 홈페이지에는 가양동 CJ부지의 건축협정 인가취소 및 소송 관련 시민 질의가 한꺼번에 올라오기도 했다.
30일 강서구청 및 개발업계 등에 따르면, 코엑스보다 1.7배 큰 복합시설 조성 사업인 4조원 규모의 'CJ공장부지 개발사업' 협정인가를 두고 인창개발과 강서구청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해당 부지에는 총 3개 블록 중 2개 블록에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가 계획됐다. 업무 및 상업시설로 계획된 나머지 1개 블록에는 신세계프라퍼티의 '스타필드 빌리지'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내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이번 건은 지난 2월 3일 강서구청이 CJ공장부지 개발사업의 '건축협정 인가'를 취소시키면서 불거졌다.
맞붙어 있는 2개 필지를 하나의 대지로 인정받을 수 있게한 이 건축협정 인가는 강서구청이 지난해 9월 건축심의에서 결정한 후 서울시 도건위에서도 수정가결한 바 있다.
이를 기초로 개발계획을 세워 온 시행사 인창개발로서는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적어도 2~3년이 걸리는 지구단위계획부터 다시 밟아야하는 사태에 직면한 것이기 때문이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최근 통화에서 "협정인가만 취소된 것"이라며 "건축허가는 접수받아서 현재 진행 중"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기초 계획은 취소했지만, 그에 근거한 건축허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모순적인 답변으로 해석된다.
취소 이유에 대해서도 강서구청 측은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구청이 인창개발에 보낸 공문에서 밝힌 취소 사유는 "소방시설 등 관련기관(부서) 협의가 완료된 후 협정인가 재신청 요함"이었다. 그러나 지난 24일 인창개발이 서울행정법원에 강서구청을 상대로 '건축협정 인가 취소 처분의 취소' 소장을 접수하며 소송에 돌입하자 구청은 다음날 입장문을 통해 "강서구민에 실질적 혜택과 공공기여가 적정한지 종합 검토 중"이라며 "허가권자인 구청장 보고 등이 없이 담당사무관 전결로 처리해 안전 등 재검토를 위해 취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창개발은 건축협정 인가 심의 당시 소방기관도 참여, 통과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2019년말 CJ제일제당으로부터 부지를 사들인 인창개발은 4년 가까이 가양동 CJ공장부지 지구단위계획변경 및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확정에 공을 들였다. 2020년 협의과정에는 서울시 10개 부서와 강서구 13개 부서가, 2차협의에는 서울시 17개 부서와 강서구 2개 부서 등이 참여했다. 이 후 강서구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쳐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수도권정비위원회를 수차례 거쳤다.
공공시설도 애초 계획보다 늘었다. 기존 도시기반시설 제공면적은 1만5996㎡였지만, 현재 계획에는 공원과 도로, 어린이집을 포함한 2만598㎡로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다.
구청 측이 주장하는 '담당사무관 전결' 주장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창개발 측은 "(강서구청 입장문에) 마치 담당공무원이 월권으로 진행한 것처럼 나와있지만, 건축협정인가에 강서구청장 직인도 찍혔다"며 "작년 9월 14일 협정 공고 후 인창개발이 같은 달 24일에 인허가를 접수했다. 인허가 법정처리기한은 90일인데, 5개월 남짓 지난 2월에 협정인가 취소가 내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불은 시행사에 떨어졌지만, 불똥은 시공사에도 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인허가는 물론 착공 및 분양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PF보증을 선 현대건설에도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고 보고있다.
시공사로 참여한 현대건설은 이 현장에 1조500억원의 신용보증에 이어 PF브릿지론(1조3550억원) 보증을 선 상태라 일각에서는 '강서구청장 發 제2의 레고랜드 사태' 우려까지 나왔다. 레고랜드 사태와 구조는 다르지만, 지자체장이 리스크를 촉발시킨 이후 금융시장의 냉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부분이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이 사업 관련 인창개발이 갚아야 할 이자는 한 달에 70억원에 달한다. 대출만기는 당장 내달 말부터 도래해 자금경색도 예상된다. 현재 해당 현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철거가 진행 중이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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