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갑질` 철퇴맞고, 챗봇경쟁 밀리고… 흔들리는 구글 천하

윤선영 2023. 4. 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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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마켓·OS 등 잇따라 지위 남용 논란
과징금 폭탄에 각종 규제까지 겹악재
AI챗봇 야심작 '바드'는 기대 못 미쳐
삼성 스마트폰과 동맹도 균열 움직임
구글 플레이. 구글 제공
구글의 AI 챗봇 '바드'. 디지털타임스 DB
구글이 선보일 폴더블폰 '픽셀 폴드' 예상 랜더링 이미지. '온리스크' 갈무리

글로벌 IT(정보기술) 공룡 구글이 잇단 악재를 마주했다. 1분기 실적은 클라우드 사업 매출에 힘입어 호조를 이어갔지만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흔들림 없던 구글 생태계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구글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앞세워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앱 마켓,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스마트폰 검색엔진, AI(인공지능) 등 진출한 분야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감원 칼바람에 따른 노조 설립, 세금 회피 지적까지 이어지고 오랜 동맹 관계였던 삼성전자와의 관계도 흔들리는 모양새다.◇구글 독점력, 도마 위 올랐다=구글은 최근 몇 년 사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로 연달아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지난 11일 구글에 421억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구글이 경쟁 앱 마켓인 원스토어를 견제하고자 국내 주요 게임사의 신작을 자사 구글 플레이에만 독점 출시하도록 유도했다는 이유다.

그 결과 국내 앱 마켓 시장에서 2016년 80% 수준이던 구글의 점유율은 2018년 90% 이상으로 뛴 반면 원스토어의 시장 점유율은 5%~10% 수준으로 떨어졌다. 구글은 이 같은 점유율을 앞세워 구글 플레이 피처링과 해외 진출 지원 등을 독점 출시 조건으로 내걸었다. 피처링은 구글 플레이 앱 첫 화면 최상단 배너 등을 이용해 게임을 노출해 주는 마케팅이다.

구글의 앱 마켓 갑질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21년 국회가 세계 최초로 처리한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구글이 개발사들에 인앱 결제를 강제했다는 배경에서 출발했다. 구글은 개발사들에 인앱 결제를 강제하며 막대한 수수료를 가져갔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업데이트 불가 등의 불이익을 줬다.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톡 내 '이모티콘 플러스' 구매 페이지에서 웹 결제를 위한 아웃링크를 유지하자 구글이 자사 인앱 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앱 업데이트 승인을 거부하기도 했다. 앱 마켓뿐 아니라 OS에서도 갑질 논란이 일었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자사 OS인 안드로이드 탑재를 강요했다는 혐의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지난 2021년 9월 과징금 2249억원을 부과했다.

구글을 겨냥한 규제 칼날은 세계적이다. 미국은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중국 기업을 규제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EU(유럽연합)는 구글을 포함한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EU는 오는 8월부터 구글, 아마존 등 19개 서비스에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엄격히 적용한다. 또 조만간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반경쟁적 행위를 사전에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 시행에 돌입할 예정이다. 영국도 미국 빅테크 기업의 독점을 막기 위한 법안을 추진한다.

◇기술 경쟁력 밀려날 위기도=구글은 갑질 논란을 맞닥뜨렸을 뿐 아니라 기술 선도업체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다 동맹 관계에도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SW(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지난 2월 야심 차게 선보인 AI 챗봇 '바드'가 오답을 내놓으며 망신을 샀다. 특히 MS(마이크로소프트)가 '빙'에 챗GPT를 탑재하면서 구글이 AI 경쟁에서 밀린다는 평가다. 구글은 바드에 기반한 기업용 협업 도구·개발 툴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검색엔진을 기존의 구글 대신 MS의 빙으로 대체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스마트 기기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96.6%, MS가 0.5%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기본 검색엔진을 빙으로 교체할 경우 MS의 검색 서비스 점유율은 20%대로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27.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구글은 폴더블폰을 오는 6월 출시할 계획으로, 이 시장을 선도해온 삼성전자와 경쟁을 앞뒀다. 오랜 기간 협업해 왔던 두 회사의 관계가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글은 한국에서 노조 설립, 세금 회피 논란까지 만났다.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인원 감축 바람이 불자 고용불안을 느낀 구글코리아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나섰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매출 성장 둔화에 직면하자 지난 1월 전체 인력의 약 6%인 1만2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했다. 이와 함께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3449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국내 앱 마켓 수수료를 실적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조세 회피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대법원은 최근 구글이 미국 정보기관 등에 제공한 국내 이용자 정보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갑질 천하' 무너질지는 의문=다만 각종 제재와 압박, 논란에도 구글의 독과점 지위가 무너질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검색엔진 교체 검토의 경우 안드로이드 등 구글과 여러 분야에서 동맹을 맺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폴더블폰 경쟁 또한 전체적인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공정위의 앱 마켓 갑질 관련 과징금은 구글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앱 마켓 정상화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구글은 앞서 OS 갑질과 관련해서도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구글 갑질 방지법'도 교묘히 법망을 피해 갔다.

실제 구글은 지난 11일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를 발표하자 입장문을 내고 "개발자들의 성공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공정위가 내린 결론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정위의 서면 결정을 통보받게 되면 신중히 검토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게임사 등 국내 개발사 입장에서도 구글이 글로벌 앱 마켓 시장에서 발휘하고 있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구글 플레이를 쉽게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구글 플레이와 함께 다른 앱 마켓에서 게임을 출시할 경우 매출 순위가 분산돼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글로벌 공룡들이 국내 시장에서 일방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구글은 여전히 경쟁 앱 마켓을 견제할 것이고 이 같은 상황에서 원스토어의 점유율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국내 개발사들은 구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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