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는 학생만? 엄빠가 더 산다···편의점 간편식 큰손된 40대
CU 도시락도 2030 줄고 중장년 증가
젊었을 때부터 먹어봐 거부감 덜하고
바쁜 일상에 집밥 대체·보완용 이용↑
남편과 함께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40대 조 모 씨는 야간작업을 마친 후 귀가하는 길에 종종 집 앞 편의점에 들른다. 다음 날 아침 고등학생 딸에게 줄 과일과 샌드위치 등을 사기 위해서다. 출근길 차 안에서 먹을 삼각 김밥을 함께 살 때도 있다. 조 씨는 “마음 같아서는 아이에게 따뜻한 밥을 직접 지어주고 싶지만 바쁘고 피곤하다 보니 편의점을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도시락, 샌드위치, 삼각 김밥 등 이른바 ‘편의점 간편식’이라고 하면 흔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것도 이제 옛말이다. 집밥 수요가 10~30대보다 더 많은 40대가 핵심 고객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젊은 시절부터 편의점을 경험한 세대라 편의점 음식에 대한 불편함이나 거부감이 없고 바쁜 일상에서 간편식을 좋은 선택지로 생각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외식 물가가 치솟고 집밥용 식자재 비용이 오르면서 40대의 편의점 간편식 이용률은 더 높아지는 추세다.
30일 편의점 이마트(139480)24에 따르면 4월 1~26일 판매된 밀키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3% 신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별 구매 비중이다. 3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밀키트 예약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고객 중 40대가 49%로 가장 많았고, 간편식을 즐겨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30대와 20대는 그 절반인 24%, 21%였다. 평소 식사 준비가 2030 세대보다 많으면서 50대 이상 세대와 비교해 간편식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40대가 밀키트를 대안 상품으로 찾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요즘 다수의 40대는 자녀가 1~2인 정도 있어 집밥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편리함도 추구하는 세대”라며 “50대 이상보다 모바일 앱 사용에도 친숙해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외식 물가 상승과 식자재·가공식품 가격 인상도 한 끼를 보완·대체하는 용도로 밀키트를 활용하는 소비 트렌드를 더욱 확산시켰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7.4%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4.2%를 웃돌았다. 2021년 6월 이후 22개월 연속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집에서 반찬으로 많이 먹는 주요 야채나 가공식품도 작황 부진, 사료 및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값이 크게 출렁였다.
‘가성비 한 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편의점 도시락 역시 40대 이상 중년층이 중요한 ‘큰손’이다. 통상 편의점 도시락은 10~20대 학생과 30대 직장인들이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매 고객 내 중장년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편의점 CU의 도시락 연령별 매출 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20대와 30대, 40대가 각각 30.1%, 27.8%, 20.5% 순이었으나 올 1분기에는 24.1%, 25.7%, 25.6%로 순위 자체가 뒤집혔다. 물론 30대의 비중이 가장 크지만 신장률을 놓고 보면 20대와 30대 비중이 줄어든 것과 달리 40대의 비중은 늘었다. CU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이 처음 등장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고 당시 젊은 층이 지금은 중년이 되면서 구매 연령층이 더 탄탄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식 물가 상승으로 점심값 부담이 커지면서 오히려 젊은 층보다 직장인 비중이 큰 중장년층의 가격 민감도가 도시락 구매 비중을 통해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GS25 역시 올 2월 출시한 ‘김혜자 도시락’의 4월 5일까지의 누적 판매량을 소비자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40대 이상 비중이 40%를 차지했다. 기존 도시락이 20~30대의 간단한 끼니 해결용으로 40대 구매 비중이 20% 내외였던 것과 달리 ‘가성비 식사’ 이슈와 함께 편의점 도시락이 화제를 모으면서 40대 고객이 가족·동료들과 함께 먹기 위해 복수 주문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업체는 설명했다.
40대 고객은 편의점에 들러 다른 상품을 함께 사는 ‘동반 구매’가 많아 전반적인 매출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 편의점 업체가 도시락을 구매하는 40대 이상 소비자의 1회 구매 단가를 분석한 결과 2030 소비자 대비 평균 2.7배 높았다. 이에 간편식을 매개로 ‘엄빠(엄마아빠)’ 손님을 잡으려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20여 종이던 밀키트 상품을 올해 4월 44종까지 늘렸다. 또 모바일 앱과 오프라인 밀키트 주문 책자를 구비해 구매 접근성을 높이고 1+1 같은 가격 할인 행사도 적극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GS25는 간편식 기획 단계에서 40대 고객의 취향을 고려하는 등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뉴를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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