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2000년생 듀오 박지현·이소희, 파리 향해 달린다

박지혁 기자 2023. 4. 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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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019년 U-19 여자농구 월드컵 9위 주역
6월 호주 아시아컵 국가대표…4위 이내 들어야 파리올림픽 최종예선

[서울=뉴시스]여자프로농구 박지현(왼쪽)과 이소희 (사진 = WKBL 제공)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어제의 적이 동지로 만났다.

2022~2023시즌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대결을 펼쳤던 박지현(23·우리은행)과 이소희(23·BNK)가 한 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둘은 6월 호주에서 열리는 2023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아컵 최종엔트리 12명이 나란히 승선했다. 파리올림픽 지역 예선을 겸한 이 대회에서 선전을 약속했다.

박지현과 이소희는 25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WKBL 라이징 올스타팀으로 한 팀이 돼 지난 29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여자프로농구(WJBL) 올스타 유나이티드팀과 한판 대결을 펼쳤다.

84-89로 아쉽게 패했지만 박지현은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인 25점 12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기량발전상(MIP)을 받았다. 이소희는 9점 3어시스트를 지원했다.

2000년생 동갑내기에 어린 나이에도 소속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시즌 내내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둘이다.

이소희는 전날 올스타 한·일전을 두고 "지현이는 대표팀에서도 많이 뛰다보니 자기 역할이 있지만, 나는 막내 라인이고 사실 같이 뛸 시간이 없었다"면서 "같이 운동하는 것 자체가 새롭고 신기하다"며 웃었다.

박지현은 "소희랑은 어렸을 때부터 연령별 대표팀으로 항상 같이 다니던 친구여서 그냥 편하다"며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훈련할 때 보면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이렇게 의지할 때도 있고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둘은 2019년 19세 이하(U19) 대표팀으로 함께 출전한 2019 FIBA U19 여자 농구월드컵에서 9위를 합작했다. 연령별 대회로 변경된 2009년 이후 최고 성적이다.

박지현은 "성적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기 때문에 그때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라이징 올스타팀 소집되기 하루 전날에도 그때 뛰었던 선수들이랑 감독, 코치님이라 놀러 가서 게임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U-19 포에버라는 구호도 정했다"며 활짝 웃었다.

그래도 시즌 막판까지 피 말리는 싸움을 벌였던 상대 팀 선수로서 라이벌 의식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둘 다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소희는 "배우는 점은 많지만, 자극되거나 라이벌이어서 내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면서 "우리는 포지션도 아주 다르다"고 말했다.

이소희와 박지현은 가드로 분류되지만, 실제 역할은 각각 슈터와 전천후 포워드로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박지현은 "남이 잘해서 자극을 받는 건 정말 불필요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소희가 잘할 때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챔프전 끝나고 나서 문자도 보냈다"고 밝혔다.

이소희는 "짧게 '고맙다'라고만 답문을 보냈는데, 그때 사실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소희의 소속팀 BNK는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지만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우리은행에 챔피언 자리를 내줬다.

이소희는 "내가 뭘 더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했지만, 지현이가 보낸 문자, 남자 농구 고양 캐롯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전하는 걸 보고 내가 느끼는 감정은 사치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고 밝혔다.

박지현은 팀 선배이자 정규리그·챔프전 통합 MVP를 차지한 김단비의 세밀한 플레이를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언니가 상대 수비가 들어올 때 패스를 빼주는 능력이 좋은데, 이걸 잘하면 더 경기를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소희는 "상대 수비 타이밍을 뺏으려면 돌파하는 척하다 멈춰서 넣는 점퍼의 성공 확률을 더 높여야 한다"면서 "이제는 무리한 공격보다 정확한 공격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둘은 6월 호주에서 펼쳐지는 2023 FIBA 여자 아시아컵 대표팀 최종 엔트리 12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 대회에서 4위 이내에 들어야 2024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에 나설 수 있다.

2020 도쿄올림픽 본선에 나선 경험이 있는 박지현은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더 활약해줘야 여자농구 인기도 더 올라갈 것"이라면서 "참가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1승이라도 더 하고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fgl7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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