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100’ 장은실 “레슬링 알려 뿌듯...꾸준히 재미있게 운동하는 게 목표”

박강현 기자 2023. 4. 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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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하프마라톤]

“‘레슬링’하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대다수였어요. 근데 (저로 인해) ‘여자도 레슬링이라는 종목을 하는구나’라고 (레슬링이라는 종목이) 알려지며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주셔서 좋았어요. 18년 동안 운동선수로 생활했어요.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던 과정들이 되게 뿌듯했습니다.”

2023년 4월 3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023 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한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장은실 선수가 여의도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지호 기자

30일 열린 2023 서울하프마라톤(조선일보사 주최) 10㎞ 출전자 목록엔 최근 인기 넷플릭스 프로그램인 ‘피지컬: 100′에서 폭발적인 체력과 근력, 그리고 특유의 리더십과 승부욕으로 화제가 된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장은실(32)씨도 이름을 올렸다.

언뜻 생각해보면 푹신푹신한 매트 위에서 힘을 겨루는 ‘근육질’의 레슬링 선수들은 달리기에 취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신체 온도를 올리기 위해 워밍업으로 많이 뛰어요. 리커버리(회복)로 아예 하루 날 잡아서 뛸 때도 있어요. 심폐 지구력 향상을 위해 러닝을 꾸준히 합니다. 시간대에 상관없이 유동적으로 해요”라고 한 장씨는 이날이 두 번째 마라톤 대회 출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51분40초대라는 준수한 기록으로 완주했다.

◇”레슬링은 생활 체육으로 정말 좋아”

장씨 덕분에 레슬링이라는 종목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장씨는 ‘피지컬: 100′에서 여자 참가자 중 유일하게 팀장을 맡았다. 그가 3회에서 특전사 출신인 깡미(34)를 가볍게 제압하자 참가자들은 “레슬링 절대 못 이겨요”라고 수군거리는 일도 있었다. 장씨 외에 국가대표 출신 남경진(35)씨도 프로그램 내내 괴력을 과시하며 레슬링 선수의 위엄을 세웠다.

실제로 장씨는 레슬링은 일반인들이 생활 체육으로 배우기에 매우 좋은 운동이라고 꼽았다. 장씨는 “레슬링은 체력이 정말 좋아야 할 수 있다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사실 다른 종목에 비해서 기구도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종목이다. 차근차근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시작할 수 있는 스포츠다. 아이들과 학생들은 물론이고 여성들한테도 기초 체력을 다지기에 좋은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레슬링의 매력에 대해선 “레슬링은 근대올림픽 때부터 있어 왔다고 알고 있다. 맨몸 운동으로 두 사람이 겨루는데,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원초적이고 강력한 종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023년 4월 3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023 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한 레슬링 국가대표 장은실 선수가 여의도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지호 기자

◇”’건강’에 대한 관심 실감...굶는 다이어트는 피하자”

장씨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체력을 키울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다고 말했다. ‘피지컬: 100′이 인기를 끈 배경에 대해선 “건강한 신체를 위해 많은 시청자분들한테 좋은 자극이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장씨는 건강을 위해선 ‘굶는 다이어트’를 당장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젊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할 때 많이 굶는 것 같더라고요. 과도한 식이요법으로 굶는 다이어트는 당장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보다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운동 종목을 찾고 선택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실천하면서 점진적으로 (횟수를) 늘려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도 더욱 건강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오히려 요즈음의 다이어트 방식은 건강을 해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4월 3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023 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한 레슬링 국가대표 장은실 선수가 여의도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지호 기자

◇”안 다치고 꾸준히 재미있게 하는 게 목표”

장씨의 본업은 레슬링이지만 요즈음엔 다양한 종목을 넘나들며 ‘만능스포츠인’의 삶을 만끽 중이다. 장씨의 유튜브 구독자는 현재 10만명을 넘는다. 인스타그램 팔로워(follower)는 51만명에 이른다. 유튜브 등에서 장씨는 자신이 운동하는 동영상들을 공유하며 올바르게 운동하는 방법 등에 대해 알려준다.

하지만 장씨는 레슬링 선수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전국체전에서 여자일반부 레슬링 62kg급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그는 향후 일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나가는 (레슬링) 대회마다 포디움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며 레슬링을 계속 할 것임을 밝혔다. 18년가량 레슬링을 했지만 그는 “제가 모르는 기술들도 많다. 그래서 아직도 하루하루 배워가는 느낌”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쯤 장씨는 “이 말을 꼭 하고 싶다”며 ‘레슬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먼저 말을 꺼냈다.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결과는 그만큼 안 따라왔을 때가 있었어요. 이때 다시 마인드 컨트롤하고 꾸준히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분야 막론하고) 누구나 이런 감정을 한 번쯤은 느낄 것 같아요”라고 담담히 말했다.

화려한 성취 뒤엔 언제나 묵묵히 노력한 흔적들이 있다. 뒤집히고 위에서 짓누를지언정 다시 일어나는 것. 레슬링 선수인 장씨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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