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서학불개미…美 3배ETF에 1조
SVB 등 파산위험 美은행株도 2천억원 순매수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초(超)고수익을 좇아 날이 갈수록 위험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3배짜리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는 단기간에 조단위 뭉칫돈이 몰렸다.
파산 위기에 몰린 미국 지역은행 주식에 한국에서 투자금 수백억 원이 몰렸다. 특정 이벤트가 생기면 달려드는 헤지펀드처럼 개인들이 공격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제한된 정보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것은 위험하다며 계속 경고하고 있지만, 초고위험 투자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A17면
30일 한국예탁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3배 레버리지·인버스 ETF 6개 상품을 올해에만 1조원 이상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학개미는 SQQQ로 잘 알려진 나스닥지수 숏 상품과 함께 반도체, 국채, 천연가스 등 자산 가격 움직임을 3배로 추종하는 ETF에 몰렸다.
이들은 파산 위기에 처한 미국 지역은행 주식은 물론이고 이들 지역은행 주가의 3배를 추종하는 ETF 상품까지 대거 사들였다.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위기가 시작된 이후 SVB와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 주식은 14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이어 지역은행주 3배 레버리지 ETF에도 210억원을 투자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에 이어 FRC 뱅크런(대규모 예금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역은행 종목이 급락하자 반등을 노리고 3배 레버리지 상품(DPST ETF)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도 '묻지 마 투자' 행태는 마찬가지다. 지난주 폭락 사태가 빚어진 삼천리, 하림지주 등 8개 종목에는 각각 수백억 원씩 뭉칫돈이 몰렸다. 고수익을 위해서라면 '하따(하한가 따라잡기)'를 불사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초고위험 투자가 수익보다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부실 지역은행인 SVB와 FRC 주가는 각각 99%, 97% 폭락했다. DPST ETF도 지난 3월에만 69% 떨어졌고, 이달에는 11%가량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저가 매수가 많은 것 같다"면서도 "한국과 달리 미국은 예금자만 보호하고, 주주는 파산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고 있는 반면, 월가 공매도 세력은 큰돈을 벌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주가가 대폭락한 FRC의 공매도 세력은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차창희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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