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 손해' 수액사업 포기 않고 제약보국

유주연 기자(avril419@mk.co.kr) 2023. 4. 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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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 별세
창업주 차남으로 태어나
JW그룹 성장 기틀 마련
혁신신약에 집중하면서
수익성 낮은 수액사업
'생명존중' 정신으로 유지
사재 200억원으로 '공익재단'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사진)이 30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JW그룹은 이 명예회장이 이날 오전 7시 49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이던 이 명예회장은 전날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으며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고(故) 이기석 창업주의 차남인 이종호 명예회장은 1966년 회사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JW그룹의 성장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1945년 설립된 JW중외제약에서 수액을 비롯한 필수의약품부터 혁신신약 개발에 앞장서 왔다.

이 명예회장은 1969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합성 항생제 '리지노마이신'을 개발해 이름을 알렸다. JW그룹 관계자는 "리지노마이신 개발은 1973년 12월 영국 약전(BP)에도 수록됐으며, 경영 위기로 어렵던 회사의 기틀을 다지고 국내 제약 산업을 한 단계 진보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1974년에는 당시 페니실린 항생제 분야에서 최신 유도체로 평가받던 피밤피실린의 합성에도 성공해 '피바록신'을 개발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해외 선진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국내 제약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머크 등 글로벌 주요 제약사들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기술적 입지를 굳혀나갔다.

1970년대 초반에는 기초원료 합성과 생산을 위한 연구에 집중해 △국내 최초 소화성궤양 치료제 '아루사루민' △진통·해열제 '맥시펜' △빈혈 치료제 '훼럼' △종합비타민 '원어데이' 등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2월 제14대 한국제약협회장에 취임했다.

이 회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수액 산업 분야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기초 수액제는 수익성이 낮지만 필수의약품으로 꼽힌다. 이 명예회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1970년대에 팔수록 손해인 수액 사업에 대해 포기를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선친이 몸소 실천했던 '생명 존중'의 창업정신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JW그룹은 1997년에 국내 최초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수액백 개발에 성공해 친환경 수액백 시대를 열었다. 2006년에는 16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제 공장을 신설했다. 2019년에는 종합영양수액 '위너프' 완제품을 아시아권 제약사 최초로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성과도 냈다.

1975년 중외제약 사장으로 취임한 이 명예회장은 신약 개발을 강조했다. 그는 "신약 개발로 돈을 벌어야지, 해외에 있는 약을 수입해서 판매해 이윤을 많이 남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 명예회장은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기 위해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992년에는 오늘날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국내 최초 합작 바이오벤처인 C&C신약연구소를 일본 주가이제약과 50대50 지분 투자를 통해 세웠다. 2000년에는 미국 시애틀에 연구소인 JW세리악(현재 미국 보스턴 소재)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11년에는 사재 200억원을 출연해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을 만들었다.

이 명예회장은 슬하에 이경하 JW그룹 회장 등 3남1녀를 뒀다. 장례는 JW그룹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연세대 신촌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3일 오전 7시다. 조문은 1일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 유족 측은 평소 소탈하게 살아온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받지 않기로 했다.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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