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회복 지연 부담 … 韓 민간부채 늘어 내년 소비위축 우려"
"중국 경제 회복이 지연되거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길어지면 한국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공공·민간 부채가 늘면서 소비가 줄고 금융 상황이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사카와 마사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지난 27일 매일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내년 한국 경제 변수를 조목조목 내다봤다. 한국 경제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위험 요인도 주시해야 한다는 경고다. 필리핀 마닐라에 본부를 둔 ADB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과 협력을 위해 1966년 설립된 국제금융기관이다.
1981년 일본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아사카와 총재는 같은 해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40년 가까이 일본의 금융·외환·국제 부문 정책을 설계했다. 그는 2015년 일본 국제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재무관을 맡아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를 책임졌고, 2019년 ADB 총재로 선출됐다. 올해로 취임 5년 차를 맞은 아사카와 총재는 2일부터 5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ADB 연차총회를 위해 방한한다.
―중국 리오프닝이 아시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중국 리오프닝은 동아시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역·관광 분야 등에서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낙관적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5%, 내년에는 4.5%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률은 (아시아) 지역 전체 경제의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ADB는 아시아 개도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지난해(4.2%)보다 높은 4.8%로 전망했다. 중국의 경제 회복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에는 어떤 긍정적·부정적 영향이 있을까.
▷중국 리오프닝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리오프닝이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와 중국인 관광객을 늘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리오프닝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경우 광범위한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원자재와 원유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이때 중앙은행이 대응한다면 지역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내년 한국 경제를 전망한다면.
▷내년에는 한국에 대한 대외적인 수요가 회복되고 한국은행이 통화 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자리와 기업의 투자를 늘려 경제가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중국 경제 회복 지연 등은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대내적인 측면에서는 공공·민간 부채가 늘면서 소비가 줄고 금융 불안정성이 생길 수 있다.
―아시아 지역 개발에 필요한 것은.
▷개도국의 국내 재원을 확대하는 국내재원동원(DRM·Domestic Resource Mobilization)이 중요하다. DRM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흥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보장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경제의 취약한 부분을 드러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도국이 적절한 세수를 확보하는 등 국내 재원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개도국이 국내 재원을 모을 방법은.
▷조세행정을 현대화하고 부가가치세 제도를 효율화해야 한다. 또 환경세 도입, 국제조세 협력사업 적극 참여 등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개도국 정부는 국내 재원을 동원해 장기간 개발에 대한 요구 충족을 보장할 수 있다. 또 미래 위기에 대응할 회복력을 갖추고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도 완화할 수 있다. DRM을 통해 회복력이 있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ADB는 개도국이 DRM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DRM과 국제조세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시아·태평양 조세 허브'가 대표적 예다.
―ADB에서 가장 많이 지원받는 국가는 어디인가. 또 ADB에 한국이란.
▷지난 5년 동안 ADB로부터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을 받은 곳은 인도다. ADB 자금의 16%인 195억달러에 달하는 지원을 받았다. 이 중 156억달러는 투자 지원, 30억달러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지원, 9억달러는 일반 예산 지원에 각각 사용됐다. 한국은 ADB의 최대 금융 파트너 중 하나다. 특히 지식과 개발 부문의 핵심 파트너다. 한국과 ADB의 관계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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