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강의 죽음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4. 30. 17:30
바다에 이르러
강은 이름을 잃어버린다.
강과 바다 사이에서
흐름은 잠시 머뭇거린다.
그때 강은 슬프게도 아름다운
연한 초록빛 물이 된다.
물결 틈으로
잠시 모습을 비쳤다 사라지는
섭섭함 같은 빛깔.
적멸의 아름다움.
(중략)
강은 바다의 일부가 되어
비로소 자기를 완성한다.
- 허만하 '낙동강 하구에서' 중
강 하구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숙명에 이끌려온 강은 하구에 이르러 자기의 생을 마감한다.
순간 잠시 머뭇거리듯 흐름은 느려지고, 물 빛깔은 연해진다. 그 빛깔을 시인은 '섭섭함 같은 빛깔'이라고 말한다.
매일매일 강은 죽음으로써 바다의 일부가 되고, 죽음으로써 비로소 자기를 완성한다. 우주의 질서에 삶과 죽음은 따로 있지 않다. 강 하구에 앉아 저물어가는 해를 보고 싶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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