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규제·감독 모두 실패한 CFD

황형규 기자(hwang21@mk.co.kr) 2023. 4.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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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아케고스 사태 때
CFD 엄격히 규제했어야
시장 자율에 맡겼다면
감시라도 제대로 했어야

지난주 주식시장에서 3개 종목이 4일 연속 하한가를 쳤다. 상하한가 변동폭이 30%로 확대된 이후 처음 벌어진 사상 초유의 일이다. 나흘간 하락률은 76%에 달한다. 시세조종 의혹으로 조사가 진행 중인 이번 사태는 '최단기간 최대 손실'로 기록될 만하다.

이번 하한가 쇼크는 2021년 봄 외신들이 현대 금융 역사상 '최단기간 최대 손실'이라고 떠들썩하게 보도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불과 이틀 만에 200억달러(약 26조원)의 손실을 본 아케고스캐피털 사태다.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에 나섰던 빌 황의 아케고스는 주가 폭락에 마진콜이 쏟아지자 순식간에 주저앉았다. 증권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2년 시차를 두고 벌어진 두 사건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차익결제거래, CFD다. 장외 파생거래인 CFD는 자본시장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도 개인 참여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고위험 거래다.

아케고스 사태가 터지자 한국에서도 CFD 규제를 강화하긴 했다. 증거금을 10%에서 40%로 높이는 조치가 이때 취해졌다. 레버리지를 10배에서 2.5배로 낮추면 위험이 해소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당시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주가가 갑작스레 폭락하고, 반대매매가 쏟아지면서 2.5배를 빌려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레버리지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CFD는 애초 전문투자자들의 시장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참여 요건이 크게 낮아졌다. 연소득 1억원 또는 순자산 5억원 이상이면 참여가 가능해졌다.

코로나 3년간 급여 상승과 자산 버블을 생각해 보라. 슈퍼리치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전문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게다가 CFD에는 세금 혜택까지 있다.

향후 수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CFD 사태 피해자로 언급되고 있는 이들이 한결같이 "나는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된 CFD 시장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 시장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비전문가들의 계좌가 잔뜩 개설된 비정상적인 공간이었던 것이다.

문제가 불거진 후 증권사들이 너나없이 신규 가입과 매매 중단에 나선 것을 보면, CFD의 존재 이유에 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CFD를 둘러싼 제도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CFD는 거래구조상 국내 증권사에 개설한 계좌에서 사고팔아도 외국계 증권사가 매매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투자 현황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지표 중 하나다. 외국인 매매 현황을 빠르게 공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CFD의 느슨한 공시제도는 불공정 거래가 싹트는 단초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오판 가능성을 던져줬다.

일각에선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CFD를 막아도 또 다른 파생상품이 나올 것이고, 마음먹고 악용하는 세력을 규제로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일 규제 만능주의가 답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시장 감시의 촉은 더욱 높였어야 했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들이 모인 토론방에서 "비정상적 상승"이라고 경계하던 종목에 대한 감시조차 허술했다.

이번 CFD 사태는 시장 전체 리스크로 확산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안도할 문제는 아니다. CFD가 촉발한 아케고스 사태로 큰 손실을 입은 크레디트스위스(CS)는 2년 후인 올해 결국 무너지며 스위스 금융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트렸다.

한국 자본시장에 몰려드는 돈의 규모와 파생 거래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를 단일 사건이 아닌 시장 규제와 감독 시스템 전반을 되짚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황형규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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