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때 오히려 수출 줄어…원화값 하락 자극 '악순환'
달러값 오르면 자금 조달 위축
원화값 하락률 1%P 커질때
수출 증가율은 0.36%P 감소
◆ 원화 역주행 ◆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한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유리하다는 통념은 깨진 지 오래다. 이미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환율이 상승(원화값 하락)했을 때 수출액이 오히려 줄었다는 얘기다.
무역적자 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화값 하락세가 이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원화 저평가를 막는 다각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매일경제는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2005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달러화당 원화값과 수출액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30일 도출된 결과를 보면 달러화당 원화값의 변동률(분기 기준)이 전년 동기보다 1%포인트 하락하면 다음 분기 수출액 증가율은 0.3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달러화 기준 제품 가격은 하락했으나 수출액이 더 큰 폭으로 줄었다는 얘기다.
한경연은 환율과 수출 사이의 뒤바뀐 상관관계에는 다양한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가치 하락이 달러화 강세에 따른 것이라면 다른 수출 경쟁국의 통화가치도 전반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또 한국 기업들이 현지 생산·판매 방식을 늘리면서 환율 영향을 덜 받았고, 기업의 달러 조달 비용이 커지며 생산량을 줄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풀이했다.
경제학계에서도 수출과 환율 사이의 관계가 기존 통념과는 반대로 작용한다는 이론이 등장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원화값이 절하되면)수출이 늘고 대신 물가는 올라간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과거에 생각했던 프레임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지배통화이론'을 주장한다. 세계 교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2%에서 최근 8%대까지 줄었으나 결제통화의 약 40%는 달러화다. 이 때문에 강달러는 수입과 수출을 모두 줄인다는 것이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달러화가 1% 평가절상되면 전 세계 무역은 0.6%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도 강달러가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달러화가치가 높아지면 기업들이 달러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생산활동을 위축시키고 수출 감소로까지 이어지는 '금융경로'가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특히 달러화 결제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출의 85%, 수입의 82.8%는 달러화로 결제가 이뤄졌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로 원화값은 하반기 한때 달러화당 1500원을 위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작년 연평균 환율은 달러당 1292.2원으로 전년보다 12.9%(147.6원) 올랐다. 한국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은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문제는 고환율이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원화값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 오히려 전체 무역수지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수입물가 상승폭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물량 감소폭을 상회하고 수출 감소와 맞물리며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원화가치 하락이 무역수지에 긍정적이란 연구도 있다. 김준형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론 달러화 강세가 수출 둔화와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에 작용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화가치가 하락해 무역수지 흑자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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