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세액공제 無' 복병 만난 기아…'특혜 Vs 차별' 딜레마 빠진 정부

김성진 2023. 4. 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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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칩스법 통과…전기차 최대 25% 세액공제 열렸지만…
기아 광명공장, 수도권과밀억제권 위치…배제 가능성↑
그린벨트까지 '이중규제'…"되레, 세금 더 낼 수도"
미래산업 육성이 먼저냐 Vs 수도권 과밀 해소가 먼저냐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이른바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이 개정되면서 전기차 산업도 반도체처럼 최대 25%까지 세액공제를 받는 길이 열렸지만,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 전환을 추진 중인 기아의 ‘오토랜드 광명’(소하리공장)은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만났다.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위치한 해당 공장이 수도권과밀억제권에 포함돼 있어 정부 세제혜택 지원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인구와 산업의 과도한 밀집을 막기 위해 지정·관리하고 있는 수도권과밀억제권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조세 감면을 배제하고 있다.

국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이 될 기아 오토랜드 광명이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 위치해 정부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진은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위치한 기아 광명 오토랜드.(사진=기아.)
세제혜택은커녕, 세금 더 낼 수도…충격파 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조특법 소관부서인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조특법 국회 통과 이후 하위 법령인 시행령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산업과 관련해 전기차 공장 건립 등 설비투자도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전기차 공장 자체는 일반 설비투자에 포함된 만큼 세액공제가 1%에 불과했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될 수 있도록 관련 조항 개정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기아 ‘오토랜드 광명’은 조특법 시행령 개정으로 전기차 설비투자가 세액공제 대상에 들어가더라도 관련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광명 공장은 조특법 130조(수도권과밀억제권역의 투자에 대한 조세감면 배제)가 규정하는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조세감면 혜택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과밀억제권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서울 전 지역을 포함해 인천과 경기도 일부 지역이 지정·관리되고 있다.

앞서 기아는 이달 4일 열린 인베스터데이에서 2024년 국내 최초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스토닉, 리오 등을 생산하는 이 공장을 전기차 제조시설로 전환, 핵심 전초기지로 육성하는 게 핵심이어서 세액공제 배제 시 충격파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공장은 17만평(약 56만2000m2) 규모로, 작년 기준 연간 생산량만 약 32만대에 달한다.

게다가 이 공장이 위치한 지역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도 묶여 있어 사실상 이중규제를 받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에서 설비투자를 할 경우 보전분담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탓에 투자비가 더 늘어나게 된다. 국내 최초의 전기차 전용 공장이 세제혜택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칩스법 통과로 완성차업계에서는 전기차 공장이 파격적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고무적인 분위기”라며 “다만 정작 국내에서 전기차 생산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기아의 광명 공장은 혜택에서 제외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각 부처 의견 받아 종합적 검토 중”

물론 이 공장이 K칩스법에 따른 세액공제를 못 받는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기재부가 조특법 세부 시행령을 다듬는 과정에서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 대한 조세감면 배제 조항을 수정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조특법 개정안의 후속 절차로 관련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중 전기차 세액공제와 관련해서도 각 부처 의견을 받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 있는 기아의 광명 공장에만 조세감면 배제 조항을 없앨 경우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그렇다고 같은 전기차 공장인데 광명 공장만 빼자니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전기차 산업 육성과 수도권 투자 억제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일 것”이라며 “어떤 법안이든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이번 경우는 정부가 특혜와 차별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많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진 (j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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