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의혹 종목들…증권가에서도 ‘급등’ 경고 있었다

조해영 2023. 4. 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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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종목 주가 3년간 397∼1667%↑
일부 증권사 “주가 과도” 보고서 냈으나
세력들 장기간 꾸준히 주가 띄워 의심 피해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최근 주가조작 의혹이 일고 있는 8개 종목의 주식 가격은 지난 3년간 397∼1667% 크게 뛰었다. 시장에서는 주가조작 세력들이 거래량을 부풀리면서 주가를 조금씩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과거 일부 증권사 연구원들도 관련 종목에 대해 ‘주가가 과도한 것 같다’며 이상 징후에 대한 경고음을 울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력들은 장기간 주가를 꾸준히 올리면서 의심을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1월2일부터 2023년 4월28일까지 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 8개 종목의 주가(종가 기준, 최저가·최고가 비교)는 급격하게 올랐다. 대성홀딩스의 상승률은 1667%에 달했고, 선광과 다우데이타도 각각 1580%, 1082%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가장 낮은 상승률인 하림지주도 39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의 저점 대비 고점 상승률이 127%, 147%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증권사에서는 ‘주가 급등’을 우려하는 보고서도 나왔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5월31일 낸 보고서에서 삼천리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했다. 보고서가 나올 당시 삼천리의 주가는 16만원대였는데 목표주가를 이보다 낮은 11만원으로 유지하면서 투자의견을 내려 잡은 것이다. 황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등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축소”된 점을 투자의견 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황 연구원은 반년 뒤인 지난해 11월29일에도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축소’(Reduce)로 한 차례 더 낮췄다. 당시 삼천리 주가는 38만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 있었지만 보고서는 목표주가를 역시 11만원으로 유지하고, 이번에는 최근의 주가 급등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부재”하다고 평가했다. 한 종목에 대해 두 번 연속 투자의견을 낮춘 것이다.

삼천리와 서울가스를 새롭게 평가 종목으로 추가하며 ‘매수’ 의견을 내놓은 곳도 있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주가가 다소 과열됐다고 평가했다. 나민식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25일에 삼천리와 서울가스를 매수 의견으로 편입하면서도 삼천리에 대해서는 “안정적 사업구조지만 주가에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분석했고, 서울가스에 대해서도 “현재 주가에는 기대감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의 우려에도 8개 종목의 주가는 오름세를 유지하다 이달 들어서야 폭락했다. 시장에서는 주가조작 의심을 받고 있는 세력들이 사고 파는 가격을 미리 정해두는 통정매매 방식으로 거래량을 부풀리면서 주가를 조금씩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세력들이 사전에 합의한 가격으로 주식을 주고 받으면서 거래량이 늘어나면,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호재가 있어 거래가 활발한 기업으로 인식해 일명 ‘추격매수’에 들어가고 주가는 오르게 된다.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선 일부 증권사의 보고서에도 주가가 장기간 꾸준히 올랐기 때문에 위험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에 목표가 된 주식들은 대주주 지분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2020년 이후 가장 주가가 많이 올랐던 대성홀딩스를 살펴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주식의 72.74%를 최대주주(김영훈 회장)와 계열회사(알앤알)가 소유하고 있으며 소액주주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다우데이타와 선광의 소액주주 비중도 각각 21.78%, 20.06%에 그쳤다.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비중은 66.87%다.

이에 8개 종목의 경우 유통되는 주식의 수가 적다 보니 주가조작 세력들이 가격과 시간을 미리 정해 주식을 사고 팔기 쉬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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