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퍼스트리퍼블릭 '운명의 날'…"JP모건도 인수전 참여"
연방예금보험공사 긴급 입찰
대형銀 6곳 인수전 참여 검토
지난달 1000억弗 뱅크런에
주가 일주일 새 75% 폭락
미국 14위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운명이 30일(현지시간) 결정된다. 미국 정부가 해당 은행의 입찰 마감일을 30일로 제시한 가운데 일부 은행이 인수를 고민하고 있다. 인수자가 나타나면 위기는 일단락되지만, 불발되면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29일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매각 입찰에 JP모건,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 시티즌스뱅크, US뱅코프 등 대형 은행 6곳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매각 여부가 미국시간 기준으로 일요일 정오에서 밤사이, 아시아 증시가 시작되기 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동시에 규제당국이 해당 은행을 압류한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자산 규모가 14위인 은행이다. 작년 말 기준 자산 규모만 2126억3900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이 잇달아 파산하면서 불똥이 튀었다. 이후 뱅크런 조짐이 일며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 3월 1일 122.5달러에 달했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지난 28일 3.51달러로 급락했다. 연초 대비 97% 폭락했으며 일주일 새 무려 75.39% 하락한 것이다. 직전일 시간 외 거래에서는 2.33달러까지 밀린 상태다.
미국 정부는 사태가 긴박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27일부터 매각 중재에 나서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긴급성명을 통해 "전략적 사항에 대해 여러 당사자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인수자가 모든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는 방안과 파산 후 자산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이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매각을 희망하지만 해당 은행의 상황이 악화해 더 이상 민간 부문 구제를 받을 시간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자가 없으면 FDIC가 파산관재인을 맡아 파산 절차를 밟는다. 은행을 일시 폐쇄하고 주식을 상장폐지한 뒤 구조조정을 거쳐 예금과 자산, 부채 일부를 매각하는 순서다.
인수자가 선뜻 나오지 않는 것은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대형 은행에 자산 인수를 요청하면서도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 시가총액은 2021년 11월 400억달러(약 53조6400억원)에서 현재 6억5300만달러(약 8756억원)로 98.3% 폭락했다. 하지만 대형 은행들은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까닭에 손해를 보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그동안 위기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올해 3월 유동성 위기를 겪자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11개 은행이 3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대여했다. 또 연방준비은행은 10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긴급 대여한다고 발표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연은에서 712억달러를 우선 차입했다.
하지만 뱅크런 공포감이 지속되자 고객들은 서둘러 예금을 찾아갔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 올 1분기에만 1045억달러에 달하는 예금이 인출됐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5% 줄어든 것이다. 반면 차입금은 1012억달러 증가했다.
다른 은행보다 큰 폭으로 예금이 쓸려 나간 것은 상당수 예금이 FDIC가 보장하는 한도인 25만달러를 초과하는 무보험 예금이었기 때문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따르면 총 예치금 중 63%는 기업 고객 자금이었으며, 68%는 무보험 예금이었다. 이에 대해 앞서 닐 홀랜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에서 "3월에 여러 은행이 문을 닫으며 우리 은행이 전례 없는 예금 유출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분석가들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이 향후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대출로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보다 이자 비용이 더 클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은행들은 통상 연은 등에 대한 대출금에 평균 3~4.9% 이자 비용을 지급하는데, 소비자와 기업 대출로 벌어들이는 평균 이자 수익은 3.7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재러드 쇼 웰스파고 분석가는 "연말이 되면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순이자마진이 0에 도달할 수 있다"며 "이르면 올해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산송장이 됐다"고 적었다.
공포감에 주가가 지속 하락하자 공매도 세력마저 가세했다. 블룸버그는 공매도 세력이 올 들어 12억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내 카드서 돈 술술 빠진다”…모르고 했다가 낭패보는 ‘이것’ - 매일경제
- 들었다 하면 품절…38만원짜리 ‘김건희 순방백’ 뭐길래 - 매일경제
- ‘네쌍둥이’ 경사도 잠시…산후도우미 지원자 없어, 한달간 발동동 - 매일경제
- “신입초봉 5천, 점장 평균 33세”…‘노재팬’ 딛고 채용문 활짝 연 이 회사 [인터뷰] - 매일경제
- 1065회 로또 1등 14명…당첨금 각 18억5000만원 - 매일경제
- 루이비통은 한강, 구찌는 경복궁…한국으로 몰려온 명품들 - 매일경제
- 檢, 송영길 개인조직까지 압수수색...‘9400만원+α’로 커지는 돈봉투 의혹 - 매일경제
- 서울아파트 30대가 대거 사들였다 ‘사상 최대’…전문가 “섣부른 매수는 금물” - 매일경제
- 성추행당한 아내에게 남편이 “그거 좀 만졌다고 난리”…이건 심했다 - 매일경제
- 듀란트, 나이키와 종신계약...MJ-르브론에 이어 세 번째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