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메신저 메디TALK] 우리 아이 장염 걸렸을때, 죽만 먹인다고요?

2023. 4. 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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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혁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 건강메신저 메디TALK ◆

장염은 아이들이 병원이나 응급실을 찾게 되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소아 장염은 노로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장염이 가장 흔하지만, 캄필로박터 같은 세균이나 다른 호흡기 감염도 장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설사지만 경우에 따라 구토나 소화불량, 복통 등의 위장관 증상만 있고 설사는 심하지 않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장염 초기 치료에는 탈수 발생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아이가 구토, 복통 등의 이유로 잘 못 먹거나 혹은 설사가 심해 탈수가 발생했다면 원인과 상관없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탈수가 발생하면 소변량이 줄거나 기운이 없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경구 수액이나 주사 수액을 통해 수분을 보충해줘야 한다. 잘 먹을 수 있을 때까지 입원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장염 증상이 나타나고 몇 시간 만에도 심한 탈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탈수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음식에 관한 것이다. 정답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탈수가 해결된 이후 바로 평소 먹는 음식을 먹여도 된다'이다. 예전에는 음식을 먹으면 설사 양이 늘어난다고 일부러 적게 먹이거나 물만 먹이라고도 했는데,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음식을 먹으면 설사 양이 늘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설사를 하더라도 충분히 잘 먹게 하는 것이 장 점막 회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 설사하는 내내 죽만 먹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장염 초기 구토나 구역 증상이 동반될 때는 죽처럼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염 초기 이후 설사가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면 죽만 먹일 필요는 없다. 밥이나 빵을 좋아한다면 더 잘 먹는 음식을 주면 된다.

설사를 많이 할 때 수분 보충을 해주려고 아이에게 이온음료를 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좋지 않은 방법이다. 장 점막이 건강한 평소에는 수분 보충을 위해 이온음료를 마실 수 있지만 장염으로 설사를 할 때는 당분과 전해질의 비율이 적절하지 않아 이온음료가 오히려 설사를 더 유발할 수 있다. 탈수가 심한 경우에는 이온음료보다 당분이 적으면서 전해질이 포함돼 있는 경구 수액(병원에서 처방을 받는)이나 물을 마시면 된다.

집에서 경구 수액을 만들 수도 있다. 물 1ℓ에 6 티스푼의 설탕, 2분의 1 티스푼의 소금을 섞으면 된다. 맛을 위해 반 컵 정도의 오렌지 주스나 바나나 으깬 것을 추가할 수 있다. 토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량의 경구 수액을 보충해 주면 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병원에 쉽게 가기 힘든 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우리나라 같은 의료 환경에서는 가까운 소아과나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을 더 추천한다.

음식 종류는 평소에 먹는 음식 중 곡물(쌀·밀·옥수수), 과일, 채소와 같은 복합 탄수화물,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 등이 좋다. 지방이 많거나 단순 과당이 들어 있는 음식(단 간식이나 음료수 등)은 장에서 가스를 많이 만들거나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유제품도 가스를 만들 수 있어 장이 다 회복되지 않았을 때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음식을 되도록 빨리 시작해 아이가 잘 먹게 하는 것이 장염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장염 약을 먹는 것은 장염의 치료에 중요할까? 일부 세균성 장염에서는 항생제 복용이 회복을 빠르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성 장염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약이 증상을 일부 완화시킬 수는 있어도 병 자체를 빨리 낫게 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다. 따라서 장염에 걸렸을 때는 약을 먹이는 것보다는 탈수를 예방·치료하는 것, 정상 식이를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 영양 상태를 좋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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