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위상 높아진 백신 유전체 접목 암예방도 가능
"제2의 코로나19에 대비하려면 백신 자체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2회 박만훈상을 수상한 세라 길버트 옥스퍼드대 백신학과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백신 개발의 속도전과 응용 가능한 원천기술 보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길버트 교수는 앤드루 폴러드 옥스퍼드대 소아감염학과 교수와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박만훈상 시상대에 올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사태 진압에 나선 의약품이다. 길버트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히 내놓을 수 있었던 건 이전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응하면서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둔 덕분"이라며 "원천기술이 탄탄하면 어떤 형태의 전염병이 유행해도 비슷한 접근법으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길버트 교수는 또 "언젠가 또 다른 팬데믹이 발생할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고 그 유형은 전염성이 높은 호흡기 질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비해 산업계는 백신 생산 능력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학계는 의학적 배경을 가진 사람, 통계학자, 임상 전문가 등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버트·폴러드 교수와 더불어 올해 박만훈상을 수상한 리노 라푸올리 박사와 마리아그라치아 피자 박사도 매일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산·학·연·정의 협업을 강조했다. 이들은 치명률이 높은 수막구균 B백신을 세계 최초로 공동 개발해 이번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백신의 위상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대유행 기간에 연구개발(R&D) 능력을 한층 끌어올린 산학계가 새로운 형태의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치명률이 높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이 대표적이다. 라푸올리 박사는 "RSV는 어린아이들과 노년층에 특히 위협적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필요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피자 박사는 "백신 개발에 유전체학을 접목한 '역백신학'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으면서 암과 같은 질환도 머지않아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백신 산업 성장에 한국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자체 기술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개발해내며 잠재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라푸올리 박사는 "GSK에 있을 때 SK바이오사이언스와도 협업했는데 한국 기업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얼마나 우수한지 알 수 있었다"며 "다만 민간 기업이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려면 정부의 재정적·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11월 신설된 박만훈상은 백신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매년 4월 25일 열리는 시상식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후원하고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주최한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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