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3세 대관식 비용, 70년전보다 덜 든다지만 ‘1억파운드’…일각선 “세금낭비”
다음달 6일 열리는 영국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은 1000년 영국 왕실 전통은 유지하되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 비해 간소화된다. 다양성·지속가능성 등의 현대 가치가 반영됐지만, 1억파운드(1685억원)에 달하는 대관식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 현지 매체는 대관식의 주요 행사를 소개했다. 찰스 3세는 다음달 6일 오전 11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개최되는 대관식에서 왕관을 쓰고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가 됐음을 선포한다. 1066년 윌리엄 1세 이래 영국의 군주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을 치렀다.
대관식은 찰스 3세 국왕 부부가 탄 마차가 버킹엄궁에서 출발하는 ‘왕의 행렬’로 시작한다. 1953년 6월 2일 치러진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은 대영제국의 영화가 사그라드는 시기 영국인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주기 위해 성대하게 치러졌다. 국내외에서 8000여명이 초청됐고, 왕의 행렬에 군인 3만명이 참가했다. 영국인 300만명이 거리에서 여왕을 환영했다.
하지만 이번 대관식에는 물가 급등 등 어려워진 경제 사정 때문에 대관식에 초청된 참석자는 2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 행렬은 2시간이 소요됐지만, 찰스 3세의 행렬 시간은 30분으로 축소됐고 참가 군인도 4000여명으로 줄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한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영연방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등이 참석 계획을 밝혔다.
대관식 첫 순서는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국왕을 소개하며 승인(Recognition)을 요청하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신이여 국왕을 보호하소서’를 외치며 답한다.
다음은 전통에 따라 서약(Oath), 성유 바르기(Anointing), 왕관 쓰기, 오마주(Homage·경의 표시)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군주로서 신에게 약속하는 ‘서약’을 하고 나면 대주교가 대관식 의자에 앉은 국왕의 머리, 손, 가슴에 성유를 바른다. 이어 대주교가 국왕 머리에 대관식 왕관(성 에드워드 왕관)을 씌워준다. 무게 2.23㎏에 보석 444개가 박힌 성 에드워드 왕관은 1661년 찰스 2세 대관식 때 처음 사용됐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같은 왕관을 썼다.
국왕은 왕좌로 자리를 옮기고 성직자, 왕족, 귀족 등이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한다. 커밀라 왕비도 이보다 간소하지만 비슷한 절차를 밟는다. 커밀라 왕비는 1911년 메리 왕비가 대관식 때 쓴 왕관을 재사용한다. 20세기 이후 왕비들이 대관식에서 착용한 인도 식민지 ‘피눈물’의 상징인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는 달지 않는다.
‘서약’ 의식에서는 다문화 사회인 현대 영국의 모습을 반영, 영국 국교회뿐 아니라 여러 종교를 수호한다는 내용이 언급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또 대관식에 가장 먼저 입장하는 성직자 행렬에는 국교회 외에 무슬림, 힌두, 시크, 유대교에서도 동참한다. 대관식 물품을 옮기는 역할을 하는 이들의 구성도 달라진다. 70년 전에는 모두 백인이고 대부분 귀족 남성이었으나 찰스 3세 대관식에는 여성, 흑인, 사회에 기여한 이들의 이름이 많이 올랐다.
약 1시간에 걸친 대관식이 끝나면 국왕 부부는 ‘황금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돌아와 발코니에 나와 인사를 한다.
대관식을 두고 비판적인 여론도 있다. 최근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대관식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관식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전직 하원의원이자 왕실 재정 전문가인 노먼 베이커는 가디언에 “대관식 비용이 1억파운드(1685억원)에 달할 것”이라면서 “법적으로 불필요한 대관식을 치르는데 부유한 왕실 재정이 아닌, 납세자들의 세금이 들어가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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