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동맹 위협하는 경제보복 있다면…한미 공동으로 맞설 것"
한중 긴장관계, 中태도에 달려
북핵문제에 中·러 협력은 필수
역내평화 위해 긴밀 소통할것
우크라 복구·재건 한미 뜻모아
러 외교 안정적 관리 주요과제
韓 앞으로도 NPT 충실히 이행
윤석열 대통령의 5박7일간 국빈 방미는 70년 한미동맹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확장억제 강화가 담긴 '워싱턴 선언'을 이끌어 냈으며, 넷플릭스를 비롯한 미국 기업에서 60억달러 상당 투자 성과도 거뒀다. 윤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의 각별한 친교도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방미 전 일정을 밀착 수행했던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직접 들어봤다. 박 장관 인터뷰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의 하버드대 연설이 끝난 직후 현지에서 전화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워싱턴 선언이 북한에 대한 핵억제 강화보다는 한국의 핵확산 금지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핵을 갖고 있지 않지만 북한의 노골적인 핵 위협을 막기 위한 핵억제력을 강화했다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존중하고 NPT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도발을 막고 동맹의 억제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한미 상호방위 체제를 핵억제력 차원에서 격상한 것이다. 1953년 한미 상호방위 조약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이후 한미 양국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를 놓고 긴밀히 소통해왔다. 워싱턴 선언이 바로 그런 지난 1년간 노력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가 정상 차원에서 확장억제에 대해 별도 문서로 합의한 최초의 선언문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양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2016년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경제 보복에도 미국이 지켜보기만 했다는 국내 반발 여론이 강했는데 이번 공동성명은 향후 한미가 공동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인가.
▷한국과 미국이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이를 위협하는 요소나 우리의 자유를 제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노력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있게 되면 이런 동맹의 정신에 따라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는 대만해협 문제에 관해 과거보다 선명성을 부각시켰다고 해석해도 되는가. 공동성명에서도 대만해협 매립 지역 군사화 문제 등 좀 더 구체적인 언어로 중국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했는데.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소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런 시도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이번 정상 공동 성명 내용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 역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앞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계속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우리 정부는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가 일관된 입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순방 직전에도 윤 대통령 인터뷰 내용에 대해 중국은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비난하지 않았나. 앞으로 중국과의 긴장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나.
▷그건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이) 국제법이나 국제 규범에 기반한 행동을 하면 그러한 갈등 요소는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우리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해나갈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으로, 우리는 이에 대한 중국 측의 도를 넘은 발언이 심각한 외교 결례라고 표명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양안관계의 평화와 안정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일관되게 표명해 왔으며,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원칙과 입장을 토대로 중국과 필요한 소통을 해나갈 계획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면 최근 북한·중국·러시아 간 연대 강화와 맞물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 블록화 경향이 심화되는 게 아닌가.
▷인태지역이 안보 블록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과 일본도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중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우리는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역내 모든 국가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러시아와 지속 소통 중이며,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 대화 복귀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해나갈 것이다.
특히 한·일·중 3국 간 협력이 역내 번영과 평화를 실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한국은 올해 한·일·중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가급적 연내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관련국과 긴밀히 소통해나갈 것이다.
―윤 대통령이 출국 전 외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러시아가 반발한 바 있는데, 이번 방미에서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한 이상 양국관계의 불협화음은 불가피하다고 보는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지원은 논의된 바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 복구·재건을 위해 한미가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다. 이미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전력, 발전기 등 인프라 복구 관련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 우리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를 가능한 한 적극 지원해나갈 예정이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국제 연대에 동참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 또한 주요한 외교 과제 중 하나다. 지난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두 차례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우리 교민·기업에 억울한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러시아 측과 이런 소통을 지속하면서 외교 채널을 통한 실무 접촉도 유지해나갈 것이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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