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6개월, 책임지고 물러난 고위공직자는 없었다

문광호 기자 2023. 4. 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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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경찰청장·구청장 모두 현직 유지
재발 방지 법안 1건 통과
여당은 유족 요구 특별법 반대
지난 2월7일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도 제6회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29일로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와 국회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서는 책임론이 제기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태원 참사 관련 통과된 법안은 1건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발의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 발의에 “패륜법”이라고 주장했다

30일 현재 참사와 관련된 행안부·경찰·용산구 수장인 이 장관, 윤 청장, 김 청장, 박 구청장은 모두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을 거부하면서 대부분 사법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장관은 야권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다.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현직을 유지하며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첫 변론이 다음달 9일이다.

윤 청장은 지난 1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법적 책임이 없다는 명분으로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김 청장은 특수본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송치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내달 중 김 청장을 불구소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박 구청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지만 사직하지 않고 있다. 법원에서 법적 책임이 있는지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이 지난 2월말까지 사직하지 않으면서 지난 5일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보궐선거에서 새 구청장을 뽑을 수도 없었다.

국회에서는 참사 재발 방지를 하겠다며 50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1건 뿐이다. 다중운집 시 정부가 이동통신사 데이터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여야는 이 법안이 통과한 날과 참사 6개월을 맞은 지난 29일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 참사 초기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나서겠다고 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나머지 법안들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특별법) 제정은 지난 20일 야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의 발의로 첫발을 뗐다. 법안은 독립적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통한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에 특별검사 도입 요구권 부여, 희생자 추모·피해자 지원 사업 등의 근거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국회 국정조사가 이미 이뤄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난을 정쟁화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국민적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패륜법”이라며 “핼러윈 참사는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다중 밀집에 의한 압사사고로 그 원인이 명확히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용산구의원 7명은 특별법 제정 반대 결의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29일 성명서를 내고 “지금도 유가족들의 마음은 참사 당일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여당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또 당부한다. 지금 당장의 정치적 이익만을 보고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정쟁의 당사자로 남지 마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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