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형 유통사 일군 비결은 '오뚝이 정신'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2023. 4. 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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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환 한남체인 회장
55년전 교수꿈 품고 미국으로 건너가
연매출 2억5천만弗 유통회사 세워
10월 해외서 첫 개최 한상대회장 맡아
전세계 동포 하나로 뭉치는 계기 될것

◆ 톡톡! 경영인 ◆

하기환 한남체인 회장은 '아메리칸드림'을 일군 기업인으로 통한다. 한남체인을 연 매출 2억5000만달러가 넘는 유통회사로 키웠으며, 지난해에는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쇼핑몰을 4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부동산 사업도 키우고 있다.

당초 그의 목표는 교수였다. 그는 1966년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에서 석사 학위를,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LA)캠퍼스(UCLA)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자 모교(서울대)에서 교수 제안이 들어왔다. 교수로 가기 전 사회 경험을 쌓아보자는 생각으로 전투기용 레이더장비 제작사 휴스에어크래프트에서 일했다.

2년간 일해보니 공학 분야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직장도, 교수도 포기했다. 그리고 부동산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서 종잣돈을 모아 1988년 유통회사 한남체인을 설립했다. 이후 한남체인은 LA에 6개, 뉴욕에 1개 점포가 있는 회사로 성장해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위한 유통 채널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한상대회 운영위원회·리딩CEO포럼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했다.

하 회장은 "내가 미국에 정착한 지 약 55년이 됐다"며 "미국에서 지내면서 혜택도 받았지만 미국을 보는 시각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기업들이 경쟁력으로 미국에 진출하고 있는데 미국은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내 경험상 미국 노동력의 질은 한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본다"고 전했다.

하 회장은 50년 넘게 미국에 있으면서 동포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1992년 4월 LA 폭동 당시에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권총을 들고 한인타운을 지켰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폭동을 겪으면서 동포사회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LA 폭동 피해 지원을 위한 한미구호기금재단 회장과 LA 한국의날 축제위원회 준비위원장 등도 지냈다. LA 시정부는 이 같은 하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코리아타운 중심에 'Dr. Kee Hwan Ha Square(하기환 광장)'를 지정했다.

하 회장은 "미국 내 영향력은 집단의 힘에서 나온다"며 "한인사회가 뭉치면 정치인이나 행정부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 회장의 열정은 사업, 동포사회 지원뿐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보인다.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스키를 타며 체력을 키우고 있다. 그는 스키를 타며 두 번이나 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다. 부상을 극복하면서 몸이 다시 튼튼해졌다. 하 회장은 "사업도 스키와 비슷하다"면서 "LA 폭동 등을 거치며 힘들었다. 망할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재기에 성공하며 한남체인을 키워왔다"고 밝혔다.

그는 한상 네트워크 발전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하 회장은 올해 세계한상대회 대회장이다. 2023년 세계한상대회는 오는 10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하 회장은 "20년간 한국에서 한상대회를 치렀는데, 이번에 해외 대회를 통해 한상대회가 한 단계 도약하길 바란다"며 "미국 한상대회 준비 점수는 'A플러스'"라고 했다.

제21차 세계한상대회는 미국 한상들이 하나로 뭉쳐 준비하고 있다.

대회 개최 도시 오렌지카운티뿐 아니라 한상대회 유치 경쟁을 벌였던 도시인 댈러스, 애틀랜타, 뉴욕 한상들도 발 벗고 나섰다. 하 회장은 "오렌지카운티와 LA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한상들이 한상대회를 자기 일처럼 여기고 있다"며 "미국 한상들이 일치단결해 대회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병구 대회 조직위원장은 플로리다주 올랜도, 노상일 운영본부장은 오렌지카운티 한상이며, 공동대회장은 실리콘밸리, 애틀랜타, 오렌지카운티 출신이다. 김현겸 기업유치위원장(댈러스)을 비롯한 최고실무책임자들은 뉴욕, 실리콘밸리, 시애틀 등 미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 회장을 비롯한 미국 한상들은 대회 후원금을 기부할 뿐 아니라 자비를 들여 미국과 한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대회 홍보와 기업 부스 유치 등을 위해서다. 하 회장은 "대회가 미국에서 열리다 보니 한국에서 개최됐을 때보다 시설비, 인건비 등 운영 비용이 두 배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한상들이 힘을 모아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한상대회는 첫 해외 개최라는 데 의미가 있는 만큼 한국 정부에서도 지원을 확대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 한상들의 단결된 힘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전시 부스 400여 개를 확보했다. 부스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 벤처기업협회, 창업진흥원 등도 참여한다. 한국 중소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서울, 부산, 경북, 경남, 전북, 전남 등 지자체 부스도 마련된다.

하 회장은 6월 설립될 예정인 재외동포청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공무원만으로 청을 구성해서는 안 된다"며 "전체 직원의 10% 정도는 재외동포로 채워야 한다. 그래야 동포들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기환 회장은 △1948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전기공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전기공학 석사 △미국 UCLA 전기공학 박사 △휴스에어크래프트 연구원 △한남체인 설립 △LA 한인회 회장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 회장 △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한남체인 회장 △제21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

[미국 애너하임 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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