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투자사’ 주가조작 핵심엔 통정거래·CFD 있었다

박채영 기자 2023. 4. 3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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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료사진/권도현 기자

지난 24일 국내증시에서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도시가스, 선광, 세방,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이 장 초반 일제히 하한가(-30%)로 직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폭락은 하루 만에 끝나지 않았다. 특히,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선광 등 3개 종목은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연속 하한가를 찍었다. 지난 일주일간 증발한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8조원에 달했다.

8개 종목의 폭락에 대해서는 미등록 투자자문업체 H사를 중심으로 한 주가조작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H사가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이용한 통정거래로 주가를 끌어올리다가, 차입에 필요한 증거금을 납부하지 못하자 증권사가 반대매매에 나서면서 폭락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라씨 등이 통정거래를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①하한가 사태 부른 H사의 주가조작 의혹

H사는 한 때 펀드매니저로 일했던 라덕연씨(42) 등이 운영한 미등록 투자자문업체다. H사에 돈을 맡긴 투자자는 1000명이 넘고, 투자금도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중에는 가수 임창정씨, 박혜경씨 등 연예인을 비롯해 이중명 아난티그룹 전 회장 등 정·재계 인사가 포함됐다.

H사는 서로 약속된 가격에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거래로 8개 종목의 주가를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금융당국의 추적을 피하고자 고객 개인 명의로 개통한 핸드폰을 받아 주식을 거래했다.

이 과정에서 H사는 최대 2.5배까지의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차액결제거래(CFD)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투자를 처음 시작할 때 핸드폰을 개통해서 넘겼고, 매매는 H사에서 알아서 해줬다”며 “수익이 발생하면 새로운 계좌를 만들어 수익금을 넣고 레버리지를 최대한으로 끌어다가 주식을 또 매수했다”고 밝혔다.

②CFD가 뭐길래…주가조작이 어떻게 폭락까지 이어졌나

CFD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증거금을 납입하면 증권사가 투자자 대신 주식을 매입하고 추후에 차액만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증거금률은 종목과 증권사에 따라 40%~100% 사이다.

예를 들어 증거금률 50%가 적용되는 종목의 경우 투자자가 증거금 10만원을 내면 증권사가 20만원어치의 주식을 대신 사준다. 20만원에 사들인 주식이 30만원까지 오르면 투자자는 10만원의 차익을 가져가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받는다. 투자자로서는 적은 돈으로 큰 이득을 노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주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손실도 커진다는 점이다. 증거금 10만원을 내고 20만원에 매수한 주식이 5만원까지 떨어지면 손실은 투자자가 처음 납입했던 증거금 10만원보다도 많은 15만원이 된다. 주가가 하락하면 증권사는 차액을 정산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데, 투자자가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투자자 대신 사들였던 주식을 청산하는 반대매매에 들어간다.

업계는 H사가 어떤 이유로 증거금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증권사가 반대매매에 나서자 8개 종목의 매도물량이 주식시장에 대량으로 풀리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할 것을 눈치챈 H사가 계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증거금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③검찰·금융당국 모인 합동수사팀 수사 포인트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지난 2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수사팀은 주가조작 세력의 통정거래와 더불어 일부 종목의 공매도가 폭락 직전 급증한 이유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락한 8개 종목 중 선광은 평소 10주 미만이었던 공매도 물량이 지난 19일 4만주 이상으로 증가했다.

수사팀은 일부 종목의 대주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할 것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본다. 폭락을 맞은 일부 종목의 대주주가 폭락 직전 보유주식을 대량 매도한 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폭락 2거래일 전인 지난 20일 다우데이터 보유 주식 605억원어치를 처분했다. 서울가스 김영민 회장도 지난 17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주당 457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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