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빗장 풀렸는데…항공권이 비싼 네 가지 이유
항공기 제조업체 비행기 제작 난항
코로나로 빠진 인력 충원 못한 항공사
방역 완화 늦어 가격 비싼 아시아 노선
회사원 A씨(30)는 코로나19 완화로 3년간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해외여행 생각이 간절해졌다. 친구들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난 게 5년 전인 2018년 7월이었다. 이때 국내 대형항공사 직항편을 이용했는데 왕복 175만원을 지불했다. 출발 시점이 성수기였지만 4개월 전에 표를 끊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찾아본 7월 인천발 뉴욕 직항 항공권 가격은 왕복 250만원이 넘었다. 비슷한 시기 일본 도쿄로 가는 비행기 푯값도 30만원대 중반부터 시작했다. A씨는 “코로나19 이전에 20만원대 도쿄 항공권이 많았던 걸 생각하면 지금이 확실히 비싼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상 회복에 따라 항공업계가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행객들이 체감하는 항공권 가격은 여전히 비싸기만 하다. 복합적인 요인이 가격을 떠받치는 가운데 항공편 수가 예년 수준에 근접하는 오는 가을은 돼야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항공권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항공기 공급이 여행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팬데믹 기간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임대 항공기를 반납했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413대였던 국내 항공사 항공기 수는 지난해 364대까지 감소했다. 부랴부랴 항공사들이 앞다퉈 증편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를 쫓아가기에 역부족이다.
보잉, 에어버스 등 제조업체의 항공기 공급 속도 역시 더디다. 러시아 제재로 비행기 부품 제작에 필요한 티타늄 등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하청업체들의 인력 부족 문제까지 겹쳤다.
항공사 자체 인력이 부족한 점도 항공권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이 분야에 근무했던 수많은 인적 자원들이 불황으로 업계를 떠났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유류할증료가 증가한 점도 항공권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아시아 국가들이 북미나 유럽 지역보다 방역 조치를 늦게 완화해 해당 지역을 오가는 노선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도 있다. 항공권 비교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의 휴 에이트켄 부사장은 미국 CNN 인터뷰에서 “방역 규제가 늦게 완화돼 이제 항공편이 늘어나는 시장에서 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항공사가 인력을 보강하고, 여객기를 재배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분간 항공권 고가 책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국제선 운항 횟수를 4년 전 평시 대비 9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기준으로는 2019년 2월 대비 겨우 51.8% 회복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가 지나고 항공편이 늘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여러 요인이 항공권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항공사들이 계절적 비수기에 맞춰 내놓는 특가 행사를 눈여겨볼 만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말에서 나온 ‘얼리버드’ 전략도 유효하다. 에이트켄 부사장은 “지금 상황에서 여행자가 좋은 거래를 찾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일찍 예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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