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HUG 보증보험 가입기준 강화···계약 만료 앞둔 임대인 ‘패닉’

류인하 기자 2023. 4. 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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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부동산에 걸린 빌라 전세 정보. 연합뉴스

5월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전세보증금이 ‘주택 공시가격×126%’를 넘어서면 안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사실상 정부가 전세보증금 상한선을 정해준 셈”이라고 보고 있는데, 공시가격 하락에 ‘126%’ 상한선까지 생기면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빌라 임대사업자 A씨가 보유한 서울 광진구의 한 역세권 빌라(전용 47㎡)의 올해 공시가는 1억144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억3400만원 수준이던 공시가가 2017년(1억1800만원) 수준까지 내려간 셈이다. A씨는 “세입자가 6월에 나가겠다고 통보한 상황이라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데 빌라는 팔리지도 않고 대출도 안 나와서 보증금을 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A씨가 내줘야 하는 전세보증금은 3억원이다.

30일 HUG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세사기’ 방지 대책으로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조정했다. 주택가격 산정기준 역시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낮추면서 결과적으로 ‘공시가격의 126%(140%×90%)’까지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B공인중개사는 “공시가격은 18%이상 떨어졌지, 보증보험 가입 안 되는 빌라는 아예 거래하겠다는 사람이 없지, 이 동네도 그것 때문에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전세금반환보증은 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HUG가 대신 보증금을 내준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서울 양천구 화곡동의 C공인중개사는 “작년까지 누가 봐도 보증금 3억원이 가능했던 ‘방3개·화장실 2개’짜리 집들이 지금 공시가격 기준으로 전세보증금을 따지면 1억6000만~1억7000만원밖에 안 된다”면서 “집을 서너 채만 갖고 있어도 집주인이 새로 내줘야 할 보증금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라고 말했다.

중개업자들은 당장 A씨처럼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는 사례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후 부산진구 양정동 집단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한 한 오피스텔을 방문해 전세사기 피해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대업을 해온 집주인들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계약만료와 동시에 돌려줘야 하는 돈’으로 인식 하지 않고, 매번 다음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통해 충당하는 방식으로 돌려줘왔기 때문이다. 새 임차인을 구하더라도 보증보험 가입기준 강화로 기존 계약보다 보증금이 크게 낮아질 경우,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졸지에 ‘전세사기범’으로 몰리는 상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광진구 자양동 D공인중개사는 “정부에서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10%포인트 내릴 때에는 6~7개월 이상 시간을 주고 안정화가 된 뒤에 적용을 해서 시장에 큰 충격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단기간에 비율을 126%까지 내린 데다가 공시가격까지 18%(서울지역 평균 -17.32%)나 하락하니 빌라 임대업자들 충격은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어떤 분은 전세금 대출이자 10~20만원을 본인이 내주면서 버티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HUG보증보험에 가입 못한다 생각하면 이자지원이 문제가 아니다보니 ‘나가겠다’고 하고 있고, 집주인들은 졸지에 전세사기범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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