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끝나자 ‘비싼대가 치를 것’ 위협한 북한, 군사 행동 수위 높이나?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워싱턴 선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북한 핵공격 감행 시 정권 종말” 발언을 겨냥해 원색적 비난에 나섰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뚜렷해진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와 한·미·일 3자 협력 확대 움직임을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규정하고 향후 군사적 도발에 대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위험천만한 핵전쟁 행각의 진상을 해부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에 대해 “핵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한·미가 핵협의그룹(NCG)을 만들고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확대하기로 한 것을 두고 “누가 보아도 우리를 반대하는 핵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논평은 워싱턴 선언을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적 산물”이라고 평가하고 “우리 국가가 현재와 미래의 우려스러운 안전 환경에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에 따라 핵무력 강화와 전략무기 개발에 몰두해 온 북한이 이를 군사도발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워싱턴 선언을 “극악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핵협의그룹 신설과 전략핵잠수함 등 전략자산 전개를 언급하면서 “핵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하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는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실명을 언급하며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해하는 그 못난 인간” “무능” 같은 표현으로 비난했다. 이날 논평에서도 “동족대결에 환장한 특등역도”라는 노골적 표현을 썼다.
김 부부장이 “더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정비례해 증대될 것”이라고 공언한 점으로 볼 때 북한은 향후 미국 전략자산 전개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 일정과 강도에 맞춰 군사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밝힌 오하이오급 미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기항을 언급한 만큼 북한이 신형잠수함 진수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워싱턴 선언에서 언급된 전략핵잠수함에 대한 맞대응으로 3000t 고래급 신형 잠수함의 진수 공개나 신형 SLBM 북극성 4형 혹은 5형의 발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 전략핵잠수함을 비롯한 전략자산 전개 계획에 대응해 고체연료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고각 수준을 낮춘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및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발사 훈련, 또는 제7차 핵실험 등의 시점을 순차적으로 일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4월 중 발사 준비를 마치겠다고 밝힌 군사정찰위성 1호기도 시험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은 대만 문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사적 지원 등으로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북한이 이 틈을 군사력 과시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 한반도 긴장 고조 국면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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