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강화·경제 아쉬움”…미국 의원들이 본 방미 성과 [특파원 리포트]
바이든 행정부의 두 번째 국빈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KBS가 미 의회 의원들에게 물었습니다.
대상은 하원에서 민주당으로 국방위원회 소속인 앤디 김(재선) 의원과 공화당의 외교위원회 소속 영 김(재선) 의원, 그리고 상원에서는 현대차, 기아차를 포함해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대거 이뤄지고 있는 조지아주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과 인터뷰했습니다.
■안보동맹 강력해졌다는 점은 다 같이 일치
세 의원은 지역구에 한인이 많이 살거나, 한국계이거나, 한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이들 모두 공히 한미 간 안보 동맹이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졌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었습니다. 한미간 고위급 핵 협의체(NCG)를 만들어 미국의 핵 전략자산을 한국과 함께 전략적 계획을 수립하고, 훈련할 수 있도록 한 워싱턴 선언의 내용을 가장 먼저 내세웠습니다.
하원 외교위 소속의 영김 의원은 "한미 관계 타이밍이 이보다 좋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어떤 공격에도 미국이 대응하고 방어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확장억제로 강력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긍정적인 협약이라고도 했습니다. 특히 "핵개발이나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북한에게 한미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튼튼하고 절대 북한이 뚫고 들어올 틈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앤디 김 의원 역시 "역내에서 핵 억지력이 필요한 만큼 강력해졌다"고 본다며 "북한이 무기를 개발할수록, 핵무기에 대응한 한미의 의지는 더 공고해질 뿐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상회담 직후 논란이 일었던 '사실상 핵공유' 발언과 관련해선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 노력은 오랫동안 다면적으로 심화됐고, 아주 명확하다"며 "용어의 혼란스러운 부분을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타이완, 우크라이나 발언' ...한국은 엄청난 힘, 지렛대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논란을 불러온 '타이완의 일방적 현상변경 반대' 발언이나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에 대해서도 미 의원들은 "필요한 발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앤디 김 의원은 "중국이 한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한국은 자신의 힘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게 "무모하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한국인들로부터 마치 두 거인(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은 엄청난 힘과 지렛대를 그들 스스로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고, 군사력이 강하며, 문화와 대중문화에 관한 한 거대한 초강대국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이 그런 면에서 더 훌륭한 글로벌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앤디 김 하원의원(국방위)
비슷한 맥락에서 영 김 의원도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입지를 키워야 한다고 봤습니다. 특히 일본과의 3자 훈련 재개, 그리고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함께 하고 있는 4자 협력체, 쿼드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이 주요 선진국의 모임 G7에 G8으로 들어가야 하는 시기라고도 봤습니다.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하는 내심도 느껴졌습니다. 존 오소프 상원의원은 " 전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충격을 받고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정확히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한국이 미국의 한미동맹을 통해 지속적인 협의와 논의 속에서 내릴 결정"이라고 답했습니다. 한미간 지속적 협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지만 더 나아간 추가 지원에 대한 기대는 분명해 보입니다.
■더 주고, 덜 가져가는 것 아닌가 .. 질문에
아무래도 경제적 성과는 안보 성과에 비해 적은 것 같다.. 더 주고, 덜 가져가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조지아주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은 "한미 양국의 제조업이 강력해지는 것은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고 답을 피해갔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결정한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 논란에 즉답을 회피한 겁니다. 다만 "조지아주에 있는 많은 한인 유권자들 역시 미국과 한국 사이의 무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앤디 김 의원은 솔직히 자신도 좌절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든 아니면 다른 것이든 간에 동맹국에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나아가선 안 된다"면서 "다만 이 문제는 의회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 하원은 공화당이 잡고 있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매카시 하원의장과 독대했을 때 이 문제를 꺼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법 개정은 의장이 상정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의장과 단둘이 만났을 때가 답변을 받아내기 최적의 시점이었다는 겁니다. 조지아주의 또 다른 상원의원인 라파엘 워녹 의원이 이 문제를 해결해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결국 열쇠는 하원의장이 갖고 있다, 이번에 상하원연설 기회에서 시도해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표현했습니다.
영김 의원은 장기적으로 한미 의원연맹을 복원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번 방미단으로부터 반도체, 배터리 등 경제 관련 현안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미국에서는 의회가 모든 것을 관장하는데, 결국 한미 의원 간 협의로 일을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 김 의원은 한미 의원 연맹 복원을 매카시 의장에게 이야기했고, 지지 약속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악관의 국빈 초청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횟수가 정해져 있진 않지만, 통상 1년에 2번을 넘기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2번째 국빈이었고,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3번째 해외 정상이었습니다. 안보동맹은 강화됐지만, 한미 양국의 경제적 이익이 맞닿는 지점에서의 성과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미 의회 의원들의 평가입니다.
김양순 기자 (ysoo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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