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도깨비 제주…원정에서 또 웃었다

황민국 기자 2023. 4. 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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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김봉수(왼쪽)가 3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대전 원정에서 3-0 승리를 결정짓는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가 절묘한 세트피스 설계로 원정 4연승을 달렸다.

남기일 감독이 이끄는 제주는 3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10라운드에서 김오규와 정운, 김봉수의 연속골에 힘입어 대전 하나시티즌을 3-0으로 대파했다.

이날 승리로 승점 14점을 확보한 제주는 상위권 진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제주는 올해 홈과 원정에서 전혀 다른 성적으로 눈길을 끈다. 제주는 안방에서 1무 3패로 부진하다. 지난해 8월 20일 수원 삼성전 1-2 패배부터 10경기 연속 무승(3무7패)이다. 그런데 밖으로만 나가면 올해 1패만 내주는 대신 4승1무로 선전하고 있다.

프로축구에서 익숙하고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홈경기에서 성적이 좋다는 인식과 정반대다. 특히 제주는 K리그에서 유일한 섬이라 가혹한 원정길을 자랑하기에 뜻밖이다.

제주의 남다른 면모는 거꾸로 홈 강자인 대전을 상대로도 똑같았다. 제주는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하는 활동량과 세트피스 골 결정력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득점도 제주의 몫이었다.

제주는 전반 21분 코너킥 찬스에서 수비수 김오규가 측면에서 올라온 코너스를 침착하게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넣었다. 기세가 오른 제주는 전반 33분 역시 코너킥 찬스에서 수비수 정운이 팀 동료 헤이스의 크로스를 헤더로 밀어넣으며 2-0으로 점수를 벌렸다. 전반전 막바지 김승섭의 득점이 비디오 판독(VAR)으로 취소된 게 아쉬웠을 따름이다.

제주는 후반 화끈한 공세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33분 코너킥 찬스에서 다시 한 번 김봉수가 자신에게 흘러온 공을 밀어 넣었다. 대전도 마지막까지 승리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유강현의 날카로운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올해 첫 안방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다만 제주도 안방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한 가지 옥에 티는 남겼다. 주장인 구자철이 후반 9분 왼쪽 허벅지를 붙잡은 채 쓰러졌다. 시즌 초반 수비형 미드필더 최영준이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한 상황에서 구자철까지 다치면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올해 제주는 선수들이 자주 다치면서 부상 병동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두 선수 외에도 조나탄 링(종아리)과 송주훈(아킬레스건), 임채민(종아리), 이지솔(무릎) 등 7명이 경기에 나올 수 없는 상태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나도 왜 원정에서 강한지 이유를 찾고 있다”며 “다음 경기는 홈에서도 이기고 싶다. 부상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돌아오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대전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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