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 1㎏, 1m…단위를 통일해야 과학이 발전한다
미국인은 키를 '5.9피트', 몸무게는 '154파운드'로 말한다. 미터법을 쓰는 우리는 복잡한 단위 환산을 검색해야만 175㎝와 70㎏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위의 차이는 일상의 혼란뿐만 아니라 천문학적인 손실을 동반하기도 한다. 1999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기후 궤도선(MCO·Mars Climate Orbiter)'이 화성 궤도 진입을 앞에 두고 대기와 마찰을 일으키며 추락했다. 탐사선을 제작한 록히드마틴은 파운드를 사용했고 NASA는 킬로그램을 사용해 생긴 문제였다.
서로 다른 단위로 측정을 한다면 과학에서 소통은 불가능하다. 과학의 모든 분야는 측정을 토대로 연구하고 관찰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과학뿐만 아니라 일상도 마찬가지다. 과자 한 봉지부터 거대한 부동산까지 측정은 우리 삶 곳곳에도 스며들어 있다. 바로 측정의 기초가 'SI단위(International System of Units)'다.
1875년 5월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체결된 국제 표준 도량형에 관한 조약인 '미터조약'은 길이와 질량 등의 표준에 대한 합의를 담고 있다.
이후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을 비롯한 각국의 국가측정표준기관은 매년 5월 20일을 세계 측정의 날로 지정해 미터협약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고 축하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미터조약을 시초로 발전을 거듭해온 국제 표준 도량형은 1960년 미터법 단위를 정비한 SI단위로 발전하게 된다. 1960년 시간(s), 길이(m), 질량(㎏), 전류(A), 온도(K), 광도(㏅) 등 여섯 개로 시작한 SI단위는 1971년 물질량(mol)이 추가된 이후 현재까지 7개로 이어지고 있다.
SI단위는 기본 중에 기본이라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 기준은 값이 변하지 않는 '상수'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y=x+1'의 수식에서 x, y는 값이 변하는 '변수'라고 하고 '1'은 변하지 않는 수라는 뜻에서 '상수'라고 한다. SI단위는 광도(㏅)를 제외한 6개 단위가 물리학에 나오는 값이 변하지 않는 물리량인 '물리상수'를 기반으로 정의되고 있다.
모든 단위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초(s)다. 초는 다른 SI단위와 연결되지 않고 정의되는 특징을 가진다. 초는 대신 SI단위 가운데 셈 측도인 물질량을 제외한 다른 모든 SI 단위에 영향을 준다. '세슘(Cs)의 초미세 전이 주파수(ΔνCs)'를 상수로 하는 초는 섭동 상태, 즉 외부의 장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고립된 세슘133 원자가 91억9263만1770회 진동하는 순간으로 규정된다. 세슘이 기준이 된 가장 큰 이유는 1초를 재정립한 1967년 당시 기술로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시계가 세슘시계였기 때문이다. 더 정밀한 측정이 가능한 스트론튬, 이터븀 등을 활용한 다양한 원자시계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세슘이 표준시간에 활용되고 있다.
초가 재정의되면서 다른 단위도 새로운 의미를 필요로 하게 됐다. 길이 단위 미터(m)는 진공에서 빛이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간 거리가 1m다. 프랑스혁명 시기 파리의 경도를 기준으로 북극부터 적도까지의 자오선을 긋고 그 길이의 1000만분의 1을 기준으로 처음 탄생한 미터는 합금으로 만들어진 원기를 사용하다가 광학기술의 발달로 빛을 기준으로 바꾼다. 1983년에는 레이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빛을 기준으로 1m를 규정하게 된다.
질량 단위 킬로그램(㎏)은 가장 최근인 2018년 물리학적 개념으로 태어난 단위다. 킬로그램은 처음에는 1기압에서 1000㎤ 부피의 용기에 담긴 4℃ 물의 질량으로 정의됐다. 그러나 기압을 구하기 위해 다시 질량을 알아야 하는 등 순환 논증의 문제 등이 발생되면서 킬로그램 원기를 기준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원기는 특성이 변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모든 질량은 그에 상당하는 에너지를 가진다는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플랑크상수를 킬로그램의 정의 상수로 활용하고자 하는 논의가 시작된다. 단위 진동수당 에너지를 정의하는 플랑크상수는 에너지와 일의 단위인 줄(J)을 활용하는데 J은 ㎏과 m, s로 단위 변환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플랑크상수를 활용한 새로운 킬로그램이 탄생하게 된다.
SI단위에서 온도 단위인 절대온도 켈빈(K)도 초와 미터가 새롭게 정의되면서 의미가 변했다. 절대온도는 열역학적으로 분자운동이 정지하는 최저온도를 기준점인 0K로 한다. 이를 기준으로 물의 기체, 액체, 고체의 세 가지 상이 평형상태에서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삼중점을 273.16K로 정하고 이 사이를 273.16등분해 활용했다. 하지만 물의 삼중점이 중성자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는 문제점 등으로 새로운 정의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에 2018년 볼츠만상수를 활용하는 게 결정됐다. 볼츠만상수는 입자 수준에서의 에너지와 거시 수준에서 관측된 온도를 연관시켜주는 물리상수로 볼츠만상수 k가 JK-1를 통해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게 된다.
다양한 전자기기의 등장과 함께 가까워지고 있는 전류 단위인 암페어(A)도 시간의 새로운 발견으로 재정의됐다. 단위시간 동안에 흐른 전하의 양인 암페어는 기본전하량 e를 상수로 갖는다. 양전자와 전자를 기준으로 모든 물질의 전하량은 모두 정수배로 표현할 수 있다는 특징을 활용해 전하량을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물질에 전자가 1개, B라는 물질에 전자가 2개 존재한다면 동일한 환경에서 전자가 모두 이동할 경우 B의 전하량이 A의 2배를 유지한, 일정한 기본전하량을 시간(s)으로 나누면 암페어(A)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기본 단위 중에서도 특이하게 물리상수가 아닌 눈이 반응하는 정도를 상수로 담은 단위도 있다. 광도의 단위인 칸델라(㏅)가 그 주인공이다. 1979년 새롭게 정의된 1㏅는 '진동수 540×1012㎐의 단색광이 특정 방향으로 스테라디안당 683분의 1와트의 강도로 방출될 때의 광도'로 뜻이 바뀐다. '진동수 540×1012㎐의 단색광'은 우리 눈이 가장 밝게 느낀다는 녹색광에 가까운 색이다. 여기서 683은 기존에 정립된 와트라는 일률의 단위와 우리 눈의 응답을 연결하는 최소 단위를 상수로 활용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물질량의 단위인 '몰(mol)'은 측정 단위로 사용되는 다른 단위와 달리 어떤 계의 명시된 구성 요소의 수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1몰은 정확히 6.022 140 76×1023개의 구성요소를 포함한다. 어떤 입자가 아보가드로 수 6.022 140 76×1023개만큼 있을 때 이것을 하나로 묶어 1몰이라고 정의하며, 주로 화학 분야에서 질량을 통해서 입자의 개수를 셀 때 사용된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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