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집사, 텃밭 농부로···다큐 ‘문재인입니다’ 첫 공개
일상·전 참모들 인터뷰 담겨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가 지난 29일 오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영화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은 이날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상영회 무대에 올라 “영화가 이번주에 만들어졌다(완성됐다)”며 “제가 1994년도에 다큐멘터리를 시작했으니까 올해가 30년째인데 이 영화가 저한테 가장 어려운 영화였다. 이가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주연(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너무 비협조적이라, 이런 큰 자리가 생기면 좀 나오셔서 홍보도 해주셔야 할 텐데 그분은 영화도 안 보셨다. 이분이 이런 분이었구나 하는 것을 영화를 마칠 때쯤 깨닫게 됐다”고 했다. 프로듀서인 김성우 다이스필름 대표는 “정식으로 개봉하는 날짜는 원래 오는 5월11일이었는데, 이렇게 객석을 꽉 채워주신 열기 때문에 하루 앞당겨서 5월10일에 개봉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일상을 주로 보여준다.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로 돌아온 그는 반려동물 집사이자 텃밭 농부가 됐다. 반려견 마루·토리를 산책시키고 반려묘 찡찡이의 화장실을 치우며 하루를 보낸다. 삽질과 호미질을 하며 사저에 있는 텃밭을 가꾼다. 남은 땅에 꽃을 심을지 작물을 심을지 아내 김정숙 여사와 실랑이한다. 머리와 수염이 하얗게 센 문 전 대통령은 체크무늬 반팔셔츠와 늘어난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은 소박한 모습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정치인, 대통령의 옷을 벗었지만 그의 일상이 현실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그가 정원을 오가는 배경으로 “문재인을 감옥으로” “정숙아 나와라” 등 그와 김정숙 여사 부부를 비방하는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저 경호구역이 확장된 지난 8월 이전에는 문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단체 등이 사저 맞은편에서 스피커 등을 이용해 매일 집회를 벌여왔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반환하는 과정도 영화에 담겼다. 문 전 대통령은 곰이와 송강을 말없이 산책시켰고 김 여사는 눈물을 보였다.
이 감독이 지난 18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공개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영화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이 감독은 방송에서 문 전 대통령이 “5년간 이룬 성취,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국민들이, 대한민국이 함께 성취한 것인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말한 인터뷰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튿날 김성우 대표는 “(해당 인터뷰가) 최종적으로 개봉될 영화 본편에 포함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을 앞두고 막바지 편집 작업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는 자료화면과 전 참모들의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재직 시절 업적을 평가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한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의 일이나 현 정부의 정치에 대해서는 거의 입을 열지 않는다. 영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현 대통령을 당시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장면을 보여준 뒤 “대통령의 선한 의지가 배신당했다” “권력을 쓰지 않아서 권력을 잃었다”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참모진의 인터뷰를 삽입했다.
영화는 이 밖에 문 전 대통령이 6·25전쟁 당시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에서 산화한 7명의 전사자들 유해를 맞이하는 모습, 청와대에 방문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마중하는 모습,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읽는 모습 등을 담았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복직을 촉구하며 부산에서부터 400여㎞를 걸어 청와대 앞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라고 외치는 장면도 등장했다. 참모진은 당시 문 대통령이 마음 아파했다며 대통령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답할 수 없었다고 입장을 전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는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이 감독과 김 대표는 일어서 인사했다. 기립 박수를 치는 이들도 있었다. 영화 상영을 응원하는 텀블벅 후원은 지난 19일 14억8782만원가량의 금액을 모아 목표치의 4959%를 달성했다.
전주 |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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