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천재’ 한재민은 레알 마드리드 팬…“스타가 아니어도 괜찮아, 관객이 진심을 느낀다면”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협연
“완벽하게 마음에 든 연주 없었다”
‘천재’ ‘신동’ ‘최연소’…. 첼리스트 한재민(17)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그는 5세 때 첼로 연주를 시작해 8세에 원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했다.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 예술 영재로 입학했다. 2021년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콩쿠르에서 15세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스승인 첼리스트 정명화가 1971년 우승했던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에선 3위로 입상했다. 2017년 헝가리 다비드 포퍼 국제첼로콩쿠르, 2019년 독일 돗자우어 국제첼로콩쿠르, 2022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재민은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공연기획사 빈체로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아뇨, 아뇨, 저는 천재가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조심스러운 말인데 예술은 재능 없이는 힘들고 타고난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천재라고 할 정도는 아니에요. 천재라면 하루 2~3시간만 연습해도 좋은 연주를 하겠죠. 저는 그렇지 않아서 많이 노력해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어요.”
한재민은 “천재라는 수식어는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주 자체가 그에겐 부담이다. 매일 오후 2~3시부터 9~10시까지 첼로 연습을 빼먹지 않는다. 부족한 점을 발견한 날에는 오전 2~3시까지 연습이 이어지기도 한다.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연주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연주 프로그램은 늘어나는데 시간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어떻게 좋은 연주를 만들지가 부담이에요. 그런데 그런 부담감은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 부담감을 떨치고 싶지는 않아요.”
여러 유명 콩쿠르에서 입상했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한재민은 “콩쿠르에서 우승한다고 음악이 완벽한 것은 아니기에 떨어졌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며 “지금으로선 콩쿠르 참가 계획이 없어서 음악적으로 더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오히려 콩쿠르 입상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개성을 잃을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보였다.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음악 해석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어요. 무대에서 연주하는 건 좋았지만 심사위원 여러명에게 호불호 없이 마음에 들어야 좋은 성적을 받는다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나만의 튀는 아이디어보다는 절제된 해석을 선택해야 했죠.”
음악가로서 목표를 묻자 “관객이 음악을 듣고선 ‘진심으로 순수하게 연주하는구나’라고 느끼는 연주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슈퍼스타 첼리스트가 안 되더라도 괜찮아요. 커리어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자기 내면의 음악이 탄탄하면 커리어는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한재민은 5월에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전국을 돌며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협연한다. 24일 아트센터인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26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27일 부산 영화의전당, 29일 대구콘서트하우스 무대에 선다. 룩셈부르크 필의 내한 공연은 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한재민은 “지휘자인 구스타보 히메노를 유튜브로 이미 접해서 거의 고민하지 않고 공연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굉장히 애정하는 곡이어서 올해 가장 기대하는 연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연주회를 마친 뒤에는 6월에 독일로 유학을 떠나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의 전문 연주자 과정을 밟는다.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인 세계적 첼리스트 볼프강 엠마누엘 슈미트를 사사할 예정이다. 처음으로 강원 원주시 집을 떠나 혼자 자취 생활을 한다. 한재민은 “별로 걱정은 없다. 클래식의 고장에서 공부한다는 기대가 있다. 좋은 공연장에서 좋은 공연을 볼 기회도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재민은 10대 소년이라기엔 비상할 정도로 침착한 성격이었다. 지난해 윤이상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첼로 줄이 2번 끊어지고 1번 풀렸는데도 당황한 기색 없이 연주를 이어가는 모습은 화제였다. 이날도 인터뷰 내내 차분했지만 취미인 축구 이야기에 눈빛이 들떴다. 해외 축구 중계방송을 보거나 다른 음악가들과 모여 축구하기를 즐긴다고 했다.
“사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레알 마드리드 FC(스페인 명문 축구팀)’를 좋아했어요. 기회가 되면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에 가보고 싶어요. 비행기 타면 1시간이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호날두를 참 좋아했었죠….”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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