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정부 ‘협박’ 나선 와그너 수장 “포탄 안 주면 바흐무트서 철수할 것”

선명수 기자 2023. 4. 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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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지급 문제로 군 수뇌부와 갈등
“‘군사 반란’과 마찬가지” 비판도
‘북한, 와그너에 포탄 1만발 지급’ 보도
우크라군, 크름반도 등 러 보급로 공격 나서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9일(현지시간) 포탄 고갈이 심각하다며 돌아오는 금요일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군수품 지급 문제로 러시아 국방부와 날을 세워온 그가 이번에는 전선 철수를 운운하며 사실상 자국 정부를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프리고진의 연이은 ‘도발’에 러시아 일각에선 전선 철수는 “군사 반란”과 다름 없다며 와그너 그룹의 반란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프리고진은 이날 러시아 군사 블로거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관에 넣어 고향으로 보내는 시신 수천구가 쌓여 있다”며 “부족한 탄약이 보충되지 않으면 비겁한 쥐처럼 도망치지 않기 위해 병력을 철수하거나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포탄 부족으로 인해 우리 측 인명 손실이 5배 정도 커졌다”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에게 가능한 빨리 포탄을 공급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흐무트에서 와그너 그룹이 철수한다면 이는 러시아의 전선이 다른 곳에서도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경고했다.

프리고진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군 수뇌부가 충분한 포탄을 지급하지 않고 와그너 용병들을 ‘총알받이’로 사용하고 있다며 맹비난했지만, 10개월 넘게 공을 들여온 바흐무트 철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와그너 그룹은 바흐무트의 행정 중심지를 포함해 이곳을 사실상 ‘점령’했다고 주장해 왔다.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로이터연합뉴스

프리고진의 이 같은 ‘도발’을 두고 러시아군 사령관 출신인 이고르 거킨 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NR) 국방장관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러시아군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협박한 것”이라며 “최고 사령부의 동의 없이 전선에서 부대 철수를 언급하는 것은 군사적 반란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리고진은 자신의 군대가 철수하면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을 앞두고 러시아에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으로 영향력을 키운 와그너 그룹의 ‘군사 반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포탄 부족 징후는 여러 차례 감지된 바 있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이어가는 와중 북한의 무기 지원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날 일본 도쿄신문은 북한이 와그너 그룹에 조만간 포탄 1만발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1월에도 북한이 와그너 그룹에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 등 무기와 탄약을 판매했다고 밝힌 바 있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시내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을 앞두고 러시아군의 군사 보급로를 끊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시작되고 있다. 이날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크림)반도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의 유류 저장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이 저장고가 크름반도에 주둔하는 러시아 흑해 함대의 유류 기지이며 총 10개의 탱크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을 우크라이나군이 준비 중인 ‘봄철 대반격’의 서막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여름에도 러시아군의 공급망을 끊어내는 전술로 내륙의 주요 연료저장고와 탄약고를 포격, 러시아군의 전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29일(현지시간) 크름반도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의 유류저장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압에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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