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기자단 만찬 간 바이든, “내가 한물 갔다고? 돈 레몬은 전성기라고 할 걸!”
최근 재선 출마를 선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29일 저녁(현지 시각) 워싱턴DC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기자단(WHCA)의 연례 만찬에 참석해 자신의 ‘고령’을 문제 삼아온 언론을 꼬집는 농담을 이어갔다. 지난 2020년 대선 개표가 조작됐다는 거짓 뉴스를 반복적으로 보도했다가 투·개표기 제조 업체 ‘도미니언’에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 최근 7억8000만 달러(약 1조원)의 합의금을 물어주게 된 폭스뉴스 등이 주요 타겟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말부터 간첩 혐의로 러시아에 구금 중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에반 게르시코비지 기자와 시리아에 11년째 구금돼 있는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오스틴 타이스의 석방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이날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진지한 말로 시작을 하겠다”며 “자유 언론은 자유 사회의 기둥이다. 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오늘 우리의 메시지는 이것이다. 저널리즘은 죄가 아니다”라며 이들을 포함해 해외에 구금돼 있는 미국인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그 후 바이든은 대통령이 언론인들을 상대로 농담을 던지는 이 행사의 관례대로 농담을 시작했다. 그는 “나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수정헌법 1조를 믿는다”더니 “내 친구 지미 매디슨이 그걸 썼기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정헌법 제1조를 제안한 제임스 매디슨(1751~1836) 제4대 미국 대통령을 ‘지미’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그와 친구였을 만큼 고령이라는 농담을 던진 것이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나도 나이가 완전히 합리적인 이슈는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면서 “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을 보자. ‘바이든의 고령은 큰 문제, 하지만 트럼프(의 고령)는 아니다’라고 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또 “여러분은 내가 루퍼트 머독(폭스뉴스 회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것은 그냥 사실이 아니다. 나를 해리 스타일스(1994년생인 영국의 가수 겸 배우)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를 이끄는 머독 회장이 1931년생으로 1942년생인 자신보다도 11살이 많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바이든은 “나를 ‘나이 들었다(old)’고 부른다면? 나는 그것을 ‘노련하다(being seasoned)’라고 하겠다. 여러분이 나더러 ‘늙었다(ancient)’라고 한다면 나는 내가 현명하다(wise)고 하겠다”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이 나더러 ‘한물 갔다(over the hill)’고 하지만 돈 레몬은 ‘저 남자는 지금 전성기야(in his prime)’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순간 좌중에서는 이날 만찬 중 가장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CNN의 스타 앵커였던 돈 레몬은 “여자의 전성기(prime time)는 20~30대, 잘해야 40대”란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지난 24일 해고됐다.
바이든은 “이 만찬은 워싱턴의 2가지 위대한 전통 중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나와 카멀라(해리스 부통령)를 얕잡아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진실을 보자면 우리는 자랑스러울 만한 일들을 했다. 미국에 (코로나)백신을 접종했고, 경제를 변혁했으며, 중간선거에서 역사적 승리를 일으켰다”면서 “그러나 할 일(the job)은 끝나지 않았다. 그건 터커 칼슨한테나 끝났다”고 말했다.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로 대선 조작론을 주도했던 칼슨은 천문학적 합의금을 투·개표기 제조 업체 ‘도미니언’에 물어주게 된 후 돈 레몬과 같은 날인 지난 24일 전격 해고됐다.
바이든은 “케이블 뉴스 회사들이 오늘 밤 여기 있어 너무 좋다. NBC 유니버설이 소유한 MSNBC도 있고, 도미니온 투표 시스템이 소유한 폭스뉴스도 있다”고 농담을 이어갔다. 그는 “작년에 여러분이 좋아하는 폭스뉴스 기자들은 백신 접종을 마치고 부스터샷까지 맞았기 때문에 여기 올 수 있었다. 7억80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물게 된 올해 그들은 그저 공짜 식사를 거절할 수 없어서 여기 왔다”고 했다. 또 “내가 폭스뉴스를 ‘정직하고, 공정하며, 진실되다’고 말했다가는 명예훼손 소송을 당할 것”이라고 농담을 던진 뒤 “이것은 폭스뉴스가 나한테 한 것보다는 덜 심하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가 최근 미 공영 라디오 NPR에 ‘정부 출연 언론사’란 딱지를 붙였다가, NPR의 트위터 탈퇴를 불렀던 일도 농담 대상이 됐다. 바이든은 “나는 NPR를 사랑한다. 내가 그러는 것처럼 NPR도 마이크에 대고 속삭인다. 하지만 모두가 NPR를 사랑하지는 않는다”면서 “일론 머스크는 NPR에 세금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어, NPR을 보내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론 머스크가 그걸 인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자신을 맹공격하는 공화당의 친(親)트럼프 성향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인 케빈 매카시,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농담 소재로 삼았다. 그는 “모두가 오늘 밤을 즐기기를 바라지만 안전에 유의하라”며 “만약 방향 감각을 잃거나 혼란스럽다면, 당신은 술에 취했든지 아니면 마저리 테일러 그린”이라고 했다. 또 “여러분은 내 지지율이 42%(로 낮다)라고 계속 보도하는데 이 점은 모르실 것 같다. 매카시가 나한테 전화해서 ‘조, 당신 비결이 뭐야?’라고 물었다. 내가 농담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와 관련해 바이든은 “론 디샌티스 농담을 많이 준비했는데, 미키 마우스가 나를 제치고 먼저 거기 가버렸다”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 테마파크의 감독 권한을 두고 모기업인 월트디즈니 컴퍼니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것을 꼬집는 농담이었다.
바이든은 “이 사람(디샌티스)한테 너무 야박하게 굴 수는 없다”며 “주지사로 재선이 된 후 권한(mandate·맨데이트)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절대 아니다. 나는 이성애자(straight)야! 나는 이성애자야!’라고 했다”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저학년 학생들에게 동성애 등 성 정체성 관련 교육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Don’t Say Gay)을 만든 것에 빗대, 그가 ‘권한’을 뜻하는 ‘맨데이트’란 단어를 ‘남자와의 데이트’로 알아 듣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농담한 것이다.
모범생들의 무도회(nerd prom)’란 별명이 붙은 백악관 기자단 연례 만찬은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가장 큰 언론 관련 행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행사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나란히 참석해 2016년 이래 7년 만에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 부부가 모두 참석하는 만찬이 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에서 살래요” OECD 이민증가율 2위, 그 이유는
- 연세대, ‘문제 유출 논술 합격자 발표 중지’ 가처분 결정에 이의신청
- ‘정답소녀’ 김수정,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서명…연예인 첫 공개 지지
- “이 음악 찾는데 두 달 걸렸다” 오징어게임 OST로 2등 거머쥔 피겨 선수
- “이재명 구속” vs “윤석열 퇴진”… 주말 도심서 집회로 맞붙은 보수단체·야당
- 수능 포기한 18살 소녀, 아픈 아빠 곁에서 지켜낸 희망
- 이재명 “우리가 세상 주인, 난 안 죽어”… 野, 집회서 날선 판결 비판
- [단독] ‘동물학대’ 20만 유튜버, 아내 폭행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입건
- [단독] ‘제주 불법 숙박업’ 송치된 문다혜, 내일 서울 불법 숙박업 혐의도 소환 조사
- ‘58세 핵주먹’ 타이슨 패했지만…30살 어린 복서, 고개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