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이른 폭염 스페인, 채소 생산 차질 우려…영국에도 여파

신기섭 2023. 4. 3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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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스페인에서 4월부터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발생하면서 일부 지역의 사막화 우려까지 제기되고, 그 여파가 스페인 농산물 수입을 많이 하는 영국 등 주변 국가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폭염은 지난해 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뭄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나타나, 채소 등 농산물 생산 차질 우려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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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오랜 가뭄과 40도 가까운 폭염에 농업 타격
영국은 예년보다 기온 낮아, 채소 재배 시기 늦춰
스페인 남부에서 오랜 가뭄에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폭염까지 나타나면서 이 지역 내 마을 벨메스에 있는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벨메스/로이터 연합뉴스

오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스페인에서 4월부터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발생하면서 일부 지역의 사막화 우려까지 제기되고, 그 여파가 스페인 농산물 수입을 많이 하는 영국 등 주변 국가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의 기온이 지난 27일(현지시각) 38.8도를 기록한 데 이어 28일에도 코르도바와 인근 도시 세비야가 39도까지 치솟는 등 때이른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런 폭염은 지난해 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뭄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나타나, 채소 등 농산물 생산 차질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물이 부족한 스페인 남부의 경우 제대로 물 관리를 하지 못할 경우, 토양이 사막화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29일 보도했다. 스페인 국립 자연과학박물관의 지질학자 살바도르 산체스카리요 박사는 농산물 생산 등을 위해 수자원을 과잉 개발하는 일이 그치지 않으면 사막화 등 생태계의 질적 저하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과거 스페인 남부는 물이 덜 필요한 올리브 나무나 포도 나무 등을 주로 키웠으나, 1960년대 이후 수익성이 좋은 채소 생산을 확대하면서 지하수 개발을 적극 추진했다. 이 때문에 수자원 고갈이 심해지고 있다. 스페인 환경부는 지하수체의 46%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나쁜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고, 국제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스페인 지하수의 25%가 과잉 개발 상태라고 경고했다.

스페인의 기후 악화와 수자원 고갈 여파는 스페인에서 채소를 많이 수입하는 영국에도 타격을 줄 위험이 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영국은 스페인에서 토마토, 오이, 양상추, 브로콜리, 감귤류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영국소매협회는 유럽 남부 지역의 나쁜 날씨 때문에 일부 과일과 피망 같은 채소 수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주요 슈퍼마켓 체인인 모리슨은 지난주 초 고객이 구입할 수 있는 피망을 한번에 두개로 제한하는 조처를 취했다. 또 다른 슈퍼마켓 체인인 세인즈버리의 사이먼 로버츠 최고경영자는 피망, 달걀 등의 신선 식품 공급 어려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슈퍼마켓들은 지난 2월에도 농산물 수급 불안과 물가 폭등에 따라 고객들의 농산물 구매 물량에 제한을 둔 바 있다.

게다가 영국에서는 최근 기온이 예년보다 낮아 농부들이 채소 재배 시기를 늦춘 탓에 농산물 수급 불안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영국 남동부의 리밸리농업생산자협회는 오이, 피망, 토마토, 가지 재배 농가들이 에너지 가격 폭등을 의식해 비닐하우스 등에 대한 난방을 피하려고 채소 재배 시기를 3월말까지 늦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채소 수확은 8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협회는 내다봤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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