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우선’ 미국, 수단 대피는 꼴찌…외교관이 먼저 철수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군벌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수단에서 일찍부터 자국민들을 대피시킨 가운데 미국 정부가 앞서 외교관들만 먼저 철수시킨 뒤 일주일가량이 지나서야 뒤늦게 자국 민간인들을 대피시켰다. 수단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 지 약 2주 만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시민 약 300명을 태운 버스 호송대가 육로를 통해 29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수단 동부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에 도착했다. 미군 무인 항공기가 상공에서 호송대의 피란 경로를 감시했다. 미국 정부는 피란민들이 포트수단에 도착하면 미 정부 관리들이 대기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트수단 호송대에는 미국인 대피를 돕기 위한 미국 정부 인력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사관 직원 등 미국 외교관들은 진작 수단에서 모두 철수했고, 철수 작전을 위한 미군 파견도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22일 대사관 직원 등 정부 인력들만 먼저 전부 철수시켰다. 정부 관리들이 떠난 뒤 수천명의 미국 시민들은 수단에 남겨졌다. 그들 중 다수는 미국 이중국적자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정부가 수단에 있는 미국인들을 직접 대피시키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주장하며 따로 자국민을 대피시키지 않았다. 다른 나라 정부가 군용기와 함정, 지상 요원을 동원해 일찍부터 자국 시민들을 구조하는 상황에서도 수단을 떠나기를 원하는 미국인들에 대한 대피 작전을 수행하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5일 내전이 발발한 뒤 미국은 수단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탈출 수단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자국민들에 대한 지원은 전화와 웹사이트 등을 이용한 원격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대피를 원하는 사람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을 해야 하는데, 내전 중인 국가에서 전기와 통신 등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다른 국가가 자국민을 대피시킬 때 미국인도 같이 갈 수 있게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왜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와 같은 대피 수단을 제공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다른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이는 집단적이고 협력적인 노력”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방과 다른 국가들이 더 빨리 더 많은 사람들을 대피시켰을 때, 미국 시민 약 1만6000명이 거주하는 수단에서 민간인 대피를 조직하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국가들은 모두 지난 23~25일 자국민들을 대피시켰다. 유럽과 사우디 등 국가들이 대피시킨 인원은 각각 수천명에 달해 미국 정부가 이번에 대피시킨 300명 인원과 비교할 때 규모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또 이번에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만 호송대에 탑승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제기됐다. 수단에 거주해온 미국 시민권자 수카이나 카말은 NYT에 자신과 자녀는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남편과 어머니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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