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관광도시 넘어 과학혁신도시로의 도약”
“원전 수출과 APEC 정상회의 유치에 혼신 다하겠다”“
(시사저널=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경주시가 최근 SMR(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업단지 최종 후보지로 확정됐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이자 세계적 관광도시로 자타가 공인하는 경주시가 도시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원전 수출시장 개척에도 뛰어들었다. 이제 경주시는 관광산업을 넘어 과학혁신도시로의 야심 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줄어드는 인구로 인한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주낙영 시장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획기적인 정책으로 도시 성장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시장은 4월18일 경주시청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경주 미래 100년 대계를 이끌 대규모 첨단산업 전초기지인 SMR 국가산단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을 토대로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반드시 유치해 미래 경주를 위한 화룡점정을 찍겠다"고 강조했다.
"SMR 국가산단, 경주 미래 100년 대계"
SMR 국가산단 유치로 세계 원전 수출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핵심 전략사업인 SMR 국가산단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국내 소형모듈원전 연구개발 요람이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연계해 진행된다. 4000여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투입해 첨단산업 전초기지를 조성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경주 미래 100년 대계를 이끄는 중요한 일이다. 연구개발과 생산 국가혁신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통합형 제조 등을 통해 산업생태계를 만들 계획도 있다. 국가 차세대 원자력 산업 핵심거점을 만드는 게 목표다. 산업단지에는 다양한 업종이 입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놨고, 용역을 통해 분석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경주는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의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를 도약시킬 구원투수이자 신성장동력으로 부각될 것이다."
경주시의 자동차 산업 비중이 60%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e-모빌리티 연구단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경주에는 대규모 완성차 공장은 없으나, 포항 철강과 울산 완성차 산업의 중간 도시로 자동차 산업 비중이 60%에 육박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1300여 개 자동차 소재부품 연관기업이 입주해 있다. 지금까지 경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관광도시로만 여겨져 왔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인근 울산과 포항, 영천 등의 가교도시로 자동차 관련 산업이 매우 발달해 있다. 2030년 내연기관 생산 중단 등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차량용 첨단소재 성형가공 기술고도화센터와 탄소 소재부품 리사이클링센터, e-모빌리티 배터리 통합관제허브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올 4월 준공된 차량용 첨단소재 성형가공 기술고도화센터를 비롯해 3개 연구기관 모두 외동 구어산단에 들어선다. 미래차 전환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3개 연구기관을 통합한 '경주 e-모빌리티 연구단지'를 자동차 신기술 보급 클러스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첨단소재 성형가공센터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가.
"기업 연구개발 과제를 기획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첨단소재 물성시험기와 금속 3D 적층제조 생산 시스템 등 10종의 최첨단 장비가 활용된다. 이를 통해 시험·인증과 시제품 제작을 지원한다. 여기에 탄소 소재부품 리사이클링센터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센터는 올 12월 준공 예정인데, 탄소 소재 재활용과 자원화가 여기서 이뤄진다. 특히 탄소복합재 개발 핵심 중소기업 육성 등은 경북도 탄소 소재부품 생태계 구축 사업과도 연계된다. 경산은 부품설계, 구미는 제품생산, 경주는 재활용을 각각 하는데, 이렇게 되면 탄소 소재부품 선순환 생태계 클러스터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구도심 활성화도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현재 경주 경제 발전 핵심과제로 황오동 일원 구도심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체부 '스마트관광도시 조성' 사업과 중기부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 등 170억원을 들여 상권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황리단길과 대릉원, 봉황대, 중심상가로 이어지는 상권 활성 클러스터 조성이 목표다. '경주로 ON'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앱 하나로 숙박·식당·교통·이벤트 등 예약·결제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개인 성향과 일정에 맞게 AI가 여행코스를 추천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구축도 진행할 예정이다. 중심상가를 경주만의 특색을 지닌 상권으로 재탄생시킬 방침인데, 이를 위해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 등 관련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천년 신라 왕경 디지털 복원사업 추진"
신라 왕경(王京)의 핵심유적 복원도 지역사회의 관심거리다.
"신라왕경특별법이 2019년 11월에 이미 제정됐다. 2020년 10월에는 대통령령 제정으로 신라왕경 핵심유적의 복원·정비에 관한 법적 기틀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 법의 뼈대는 1400년 전 웅장했던 옛 신라 복원이다. 사업비도 당초보다 늘어 1조원을 넘겼다. 이미 황룡역사문화관과 월정교 문루, 월성해자, 금관총 재현이 차례로 이뤄졌다. 현재 황룡사 복원정비 사업의 지속적인 연구와 시민과 관광객들의 교육·홍보를 위해 황룡사역사문화관을 운영 중이다. 이후 2027년까지 1365억원을 들여 천년 신라 왕경 디지털 복원 사업도 추진한다. 1400년 전의 신라 왕경 복원을 통해 천년고도 경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역사문화도시로서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새로운 관광명소 개발과 신라 역사 콘텐츠도 구축한다. 경주만의 2000만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
APEC 정상회의 유치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작은 지방도시의 대형 국제행사 개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주는 이미 여러 차례 크고 작은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다. 그런 우려는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APEC 교육장관회의와 제7차 세계물포럼 등 16차례의 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풍부한 노하우를 쌓았다. 유치 도전장을 낸 유일한 지방 중소도시로서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인 지역균형발전과 관광·경제 활성화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한다. APEC가 채택한 '비전 2040' 포용적 성장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최적의 도시다. 지방이라 교통이 불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1시간 거리에 보잉 747급 대형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김해공항이 있고, 40분 거리에는 포항경주·울산 공항이 있다. KTX를 이용한 이동도 가능하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정상회의를 반드시 유치해 미래 경주를 위한 화룡점정을 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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