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대통령 국적까지 묻는 정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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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정치권을 취재하다 보면 다양한 발언을 듣는다.
모든 발언을 기사화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문장 소재를 선택한다.
정치인도 단어 선택과 표현에 많은 공을 들인다.
최근 야당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입니까?"라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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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정치권을 취재하다 보면 다양한 발언을 듣는다. 모든 발언을 기사화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문장 소재를 선택한다. 기사가 간단해 보이지만 완성되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조사 하나만 달라져도 뉘앙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발언자인 취재원이 기사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도 단어 선택과 표현에 많은 공을 들인다. 뜬금없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고 격한 단어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 말을 스스로 해석하지 않는다. 결국 이를 분석하는 것은 정치부 기자들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이 같은 고민을 더욱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서다. 최근 야당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입니까?”라는 표현이다. 세부적으로는 단어 사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야당은 대략 이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야당은 제3자 중심의 일본강제징용 피해 배상안 발표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적을 본격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또 미국 국빈방문 직전에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 이후 “윤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고 묻는 야당 인사가 더욱 많아졌다. 미국 워싱턴에서 각종 자료와 발표가 나온 뒤에도 국익을 언급하며 국적을 또 물어 보곤 한다.
이들이 정말로 윤 대통령의 국적이 궁금해서는 아닐 것이다. 말의 전쟁터인 정치권에서 이 같은 표현에는 뼈가 들어 있다. 의도하는 바를 가장 잘 전달하기 위해 질문의 형식을 빌려서 국적을 물은 것이다.
반대 케이스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다소 거친 단어를 사용한 최근 사례다. 바로 4·19혁명 기념사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핵심은 '사기꾼'이었다. 이후 대통령실은 별다른 해석을 내놓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누군가를 떠올렸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표현이었다면 성공적이었다. 이를 해석하는 것 역시 정치부 기자의 몫이다.
이런 관점에서 '밥 한 공기 다 먹기' 논란은 무척 아쉽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건 KBS에만 공개하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그러모은 뒤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보도에 대해 “(조 의원이) 악의적인 보도라고 했다”는 취재진의 주장과 “사실 관계를 잘 따져 달라”는 조 의원의 설명이 달라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정치인의 언어는 말하는 자가 아니라 듣는 자 중심이 돼야 한다. 듣는 사람이 여러 해석을 하게끔 만드는 것도 정치고 논란의 여지 없이 별다른 해석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정치다. 종이 한 장 차이지만 정치인의 언어 품격 차이는 여기에서 난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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