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국회 논의 시동…여야 입장차 좁힐까[여의도 정책통]

2023. 4. 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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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부·여당안 우선 처리”…野 “사각지대 보완”
우선매수권·공공매입임대 담은 정부·여당안
반발 부른 ‘피해자 인정 요건’…野, 전세보증금 보장 요구
전세사기 대응 3당 정책위의장 회동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여야가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여야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터져나오자 부랴부랴 피해자 구제 대책을 마련했다. 세부 내용에 차이점이 있지만 여야 협상을 거쳐 5월 초 합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릴 계획이다.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는 곧 전세사기 특별법 관련 협상을 앞두고 있다. 5월1일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하고, 2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합의안을 처리하는 일정에 잠정 합의한 상태다. 세부 내용을 놓고선 국토위 내 논의 뿐 아니라 여야 원내지도부 간 협상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사인이 시급한 만큼 정부·여당안(김정재 의원 대표발의)을 2일 우선 처리하고, 여야 이견이 있는 부분은 추후 협상을 통해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정부·여당안을 우선 처리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정부·여당안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주거 안정’ 담은 정부 여당안=정부·여당안은 전세사기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강제 퇴거당할 위기에 놓인 피해자들을 구제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 대책’이다. 구제 장치는 우선매수청구권(우선매수권). 현재 공유지분자에게만 부여되는 우선매수권을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도 부여하는 방안으로, 이 경우 피해자들은 최종 낙찰가격에 해당 주택을 우선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구매 자금을 저리 대출하는 방안도 같이 내놨다.

만일 피해자가 해당 주택을 매입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우선매수권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 넘어가게 된다. 공공은 이를 매입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피해자에게 임대하게 된다. 시세 대비 30~50% 가격으로 최장 20년까지 임대 가능한 매입임대제도 활용 방안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1일 발표한 매입임대제 활용 방안은 공공이 피해자 구제에 역할을 한다는 점, 추가 예산 편성 없이 시행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묘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공공매입에 부정적이었으나, 여당 내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입장을 선회했다. 국민의힘 전세사기TF 소속인 유경준 의원은 20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다양한 변수에 따라서 공공매입을 해서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기존의 매입 임대 주택 제도가 있다”며 “그 매입 임대 제도와 연결되는 부분으로 해서, 굳이 여기(피해 주택)를 대상에서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화답했다.

28일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주최로 정부 전세사기 특별법안 비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

▶핵심 쟁점 된 피해자 인정 요건=단 정부·여당안의 지원은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이다.

“피해자 지원법이 아니라 피해자 선별법(심상정 정의당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심 의원은 28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건 충족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며 “예를 들면 임대인이 파산한 경우에 경매는 진행될 수 있지만, 파산 절차로 가지 수사가 이뤄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인 인천 서구 주민 진솔(가명)씨는 28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수사 개시’에 미해당돼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례로 스스로를 소개했다. 진솔씨는 “경찰서에 가 수사를 의뢰하려 했지만 혼자 고소해서는 수사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수사기관이) 규모가 큰 사건들을 우선 처리하다보니 저 같은 개인 피해자는 고발도 받아주지 않는다. 쏟아지는 전세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너무나도 여력이 없어보였다”고 토로했다.

▶전세보증금 국가 지원 주장하는 野=공공의 ‘전세보증금 채권 매입’ 여부도 쟁점이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야당의 특별법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피해자들로부터 보증금반환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매입한 뒤 이후 비용을 회수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를 통해 보증금을 되찾을 수 있어 피해자 단체도 이를 지지한다.

다만 정부·여당은 형평성을 고려해 선을 긋고 있다. 다른 사기는 정부가 피해 손실을 보장하지 않는데, 전세사기 피해자들만 구제할 수 없다는 논리다. 정부 재정 측면에서도 얼마나 불어날지 알 수 없는 전세사기 피해 사태를 떠안기 부담스럽다.

여기에는 전세사기 피해 사태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민주당 부동산TF 단장인 맹성규 의원은 28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기존 제도가) 작동이 안됐고, 작동에 한계가 있었다. 개인 간 민사적 사기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제도적으로 결함이 많다”며 “그래서 이것을 사회적 재난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 장관은 “사회적인 재난이라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사기 피해금액을 국가가 대납해 주는 제도는 수 많은 사기 유형에 대해서 적용할 수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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