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지질공원은 시대를 관통하는 '핫플'
재난대비 체험장 혹은 방재훈련센터 역할도 기대
미중 패권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천연자원을 전략 무기로 삼는 전략 자원 시대, 신 경제 안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원의 글로벌 수급망은 피아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얽혀 나라마다 생존과 성장은 더 큰 난제가 됐다.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는 21세기 전략 자원이다. 첨단기술시대에 반도체 기술이나 석유·가스 등 에너지만이 아니라 니켈, 구리,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광물자원의 매장량이나 생산 능력이 나라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희토류와 지질학적 마인드
1억2,000만 톤 정도로 어림잡는 전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1980년대부터 희토류를 국가 전략 자원으로 지정하고 채굴·추출·가공 기술 개발에 나섰다. 중국은 2000년대 희토공업발전계획과 희토산업발전정책 등을 시행하면서 희토류 생산·수출 관리를 강화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늘날 중국은 채산성과 경제성에서 크게 앞서는 희토류 최강자의 지위에 올랐다. 세계 각국의 희토류 중국 수입 의존도는 무려 80~90%. 최근 중국은 희토류 수출 물량을 3분의 1로 줄였다. 현재 희토류 가격은 10배 이상 급등했던 2010~2011년과는 달리 안정적이지만 세계 각국의 희토류 중국 수입 의존도가 워낙 높아 중국은 여전히 희토류 수출 제한을 무역 경쟁 카드로 쓰고 있다.
중국과는 달리 미국 등 서방국가는 환경적인 이유로 희토류 생산시설을 폐기했다. 희토류 채굴 후 분리·추출하는 과정에서 추출 1톤당 황산 포함 6,300만ℓ의 독성 가스, 20만ℓ의 산성 폐수, 1.4톤의 방사성 물질 함유 폐수, 상당한 산림 훼손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2년 생산량 세계 2위의 마운틴 패스 광산을 폐쇄했다. 그 결과 희토류,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흑연 등 핵심 광물 원자재 공급 기반이 무너졌다. 최근 미국 정부가 직접 폐광산 재개발에 나섰지만 인력과 기술 유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LED 등 전자산업과 전기차 배터리, 하이브리드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부품 등 신성장 산업의 핵심 소재다. 중국의 사례는 당장은 크게 쓰이지 않지만 머지않아 중요하게 쓰일 희토류의 가치에 일찍 눈뜬 지질학적 마인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지질학적 마인드가 깨어 있었다면 광산 폐쇄와 졸속 재개를 반복하는 대신 좀 더 치밀한 지질학적 탐구와 대응으로 더 나은 친환경적 대안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지질학적 마인드는 어릴 때부터 지구와 지질, 지형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북돋울 때 자연스레 배양된다. 국가지질공원은 이러한 지질학적 마인드를 체험과 학습의 형태로 이끌어내고 북돋우는 친환경 관광·답사 프로그램이다.
국내 희토류 부존 현황과 대안
과거 한반도 땅에는 부존 자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각종 희토류 광물자원이 극소량으로 산재해 있지만 단일 품목으로는 가치를 창출한 만한 매장지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에도 희토류 17종의 원소 중 세륨을 포함한 13종에 희토류 매장 지역이 확인됐다.
특히 홍천, 충주, 양양, 연천, 서산, 서해지역에서 확인된 광물인 마그네사이트(magnesite), 모나자이트(monazite), 스트론티어나이트(strontianite), 인회석(apatite) 등은 경제적 개발 타당성이 있지만, 금강, 남한강, 섬진강, 낙동강 일대, 철원, 상동, 충주, 무주, 단양 및 울진에서 확인된 모나자이트, 갈렴석(allanite), 브리오톨라이트(britolite) 등은 희소금속의 함유량이 너무 낮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세계 제일의 경제성을 가지고 있다는 호주의 마운트 웰드 광산보다 훨씬 낮은 품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희토류 가격이 현재처럼 고공행진을 이어나갈 경우 국내 희토류 원소를 채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백두산 화산활동 기록과 지질학
최근 지질학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또 한 가지는 백두산 화산활동 기록이다. 높이 2,750m의 백두산은 중국과 한반도의 경계 부분인 북위 42°01′, 동경 128°05′에 위치하고 있다. 백두산은 946년 11월과 947년 2월 사이 밀레니엄 대분화 이후 적어도 30회 이상의 폭발성 분화로 평가할 수 있는 기록이 확인됐다. 마지막 소규모 분화는 1925년에 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구물리학적 조사 결과 백두산화산지대에서 평균 해수면 아래 지하 10㎞ 지점에 거대한 마그마방이 존재한다. 또 천지칼데라 정상에서 지하 5㎞ 지점에도 마그마방이 정치해 있는 것도 밝혀졌다. 따라서 향후 백두산의 화산 분화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대비한 면밀한 전조현상 모니터링과 화산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재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두산 화산은 신생대 올리고세 이후 주요 분화 단계를 거쳐 왔다. 앞서 언급한 946년밀레니엄 분화가 역사시대 최대의 화산 분출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밀레니엄 분화의 규모로 백두산 화산이 분화하는 경우, 용암류, 화성쇄설류, 이류, 암설류 등의 화산 분출물이 중국과 북한 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화산재, 화산구름에 의한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 증가, 항공기 운항 피해 등이 한국 쪽에 간접적으로 미치게 될 것으로 평가됐다.
2002년 이후 백두산 화산의 천지 호수 내 하부에서 화산성 지진이 다수 관측되었으며, 이로 인한 지표면의 팽창과 화산 가스의 헬륨 성분 변화 등 다수의 활동 신호가 발견되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이 백두산 화산의 재분화 가능성이 제시됨에 따라 잠재적인 재해 발생에 대한 한반도 주변국 등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한 일반의 관심과 궁금증은 자연스레 지질학이나 지질공원으로 이어진다. 국가지질공원 내에 화산활동과 지진 등에 대한 방재 연구 시설과 체험 프로그램을 연계해 마련한다면 매우 시의적절하고 유익한 지질 명소, 지역 명소, 핫 플레이스가 될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우수사례 접목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UGGp)은 유네스코가 지질학적으로 우수하고 자연유산적 가치를 지닌 지역을 보전함과 동시에 관광을 활성화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지정하는 구역이다. 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시각적 아름다움, 교육적 가치 등 지질학적 중요성과 함께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보유하고 있는 지역으로 보전과 교육, 관광 개념을 함축한 곳이다. 국가지질공원만이 유네스크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
2023년 3월말 현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46개국 177개소다. 희토류 연구에 가장 앞선 중국이 41개소로 가장 많다. 미국은 한 곳도 없다. 철저한 보존 원칙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도 마다했기 때문이지만, 희토류 연구에서 중국에 크게 뒤지고 있는 현실이 연상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스페인이 15개소로 두 번째로 많고 이탈리아 11개소, 일본 9개소, 영국·북아일랜드(연계) 8개소, 독일 7개소, 프랑스 7개소, 그리스 7개소, 인도네시아 6개소, 캐나다 5개소, 포르투갈 5개소, 핀란드 4개소 등이다.
2004년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Global Geoparks Network, GGN) 출범 이후 매년 약 10개소씩 증가한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청송, 무등산권, 한탄강지질공원 등 네 곳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각국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다음과 같이 지질학적 마인드가 살아 있는 우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의성지질공원이 이러한 우수 프로그램들을 선별해 업그레이드하고 한반도 화산활동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칼데라 지형의 현장감을 충분히 살려 화산 활동이나 지진 등 재난 대비 체험장 또는 방재 훈련 센터로서의 역할을 도맡게 된다면 국내 최초의 공룡 발자국 천연기념물 유적과 어우러져 한국을 대표하는 지질 명소가 될 것이다. 의성국가지질공원이 인구 소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넘어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지역민의 기대가 크다.
김윤곤 기자 seoum@hankookilbo.com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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