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저널리즘은 범죄 아니다…러 구금 기자 석방 위해 싸울 것”

박영준 2023. 4. 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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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기간)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간첩 혐의로 러시아에 구금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미국인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를 언급하며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만찬에서 “질 바이든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더글러스 엠호프(세컨드 젠틀맨), 그리고 저와 우리 행정부 구성원들은 자유 언론이 적이 아니라 자유 사회의 기둥이자 어쩌면 기둥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 나라와 전 세계에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게르시코비치의 가족에게 “에반은 여러분 모두가 수년 전 탈출한 어둠을 밝히기 위해 러시아에 취재하러 갔다”면서 “가족 여러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여러분과 함께한다. 우리는 그의 석방을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으며, 그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는 기회와 도구를 찾고 있다. 우리는 믿음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 모스크바 지국 소속 특파원인 게르시코비치는 지난달 30일  러시아 중부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러시아 기밀 정보를 입수하려 한 혐의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외신들은 미국 기자가 간첩 혐의로 러시아에서 체포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뒤 1991년 소련 해체까지를 이르는 냉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시리아에서 실종된 미국 언론인 오스틴 타이스에 대해서도 “신념을 지키겠다”고 강조하고, “에반과 오스틴은 인질로 잡혀 있거나 해외에 부당하게 구금된 모든 미국인과 함께 즉시 석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에 수감됐다 석방된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브리트너 그리너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의 약속이 자유롭고 두려움 없는 언론이 되겠다는 것임을 알고 있듯이 저의 약속은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라면서 “그리고 그것이 오늘 밤 우리가 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나이와 대선 경쟁자에 대해 농담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난 헌법 1조(표현·언론의 자유)를 신봉한다. 내 절친한 친구인 지미 매디슨이 썼기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미국의 4대 대통령인 제임스 매디슨을 친구라 칭할 정도로 나이가 많은 점을 부각한 농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를 늙었다고 하는데 난 노련한 것이다. 나를 고대인이라고 하는데 지혜로운 것이다. 내가 한물갔다고 하는데 돈 레몬이라면 ‘바이든은 전성기’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 레몬은 CNN방송의 대표 앵커였으나 “여성의 전성기는 40대까지”라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최근 CNN에서 퇴출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한 폭스뉴스 기자들을 겨냥 “올해에는 7억8700만달러(약 1조원) 배상금 때문에 공짜 식사를 마다할 수 없어 왔다”고 말했다. 폭스뉴스가 ‘2020년 대선 개표 조작설’ 보도로 투·개표기 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 측에 미 명예훼손 소송 역사상 최대 규모인 7억8700만달러 배상금을 주기로 합의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난 폭스가 정직하고 공정하며 진실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랬다가는 명예훼손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정적도 겨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가 오늘 밤을 즐기되 안전하기를 바란다면서 “만약 방향 감각을 잃었거나 혼란스럽다면 당신은 술에 취했거나 마조리 테일러 그린”이라고 말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극우 성향의 친트럼프 정치인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맹비난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에 대한 농담도 많이 준비했다면서 “하지만 미키마우스가 날 제치고 선수를 쳤다”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최근 플로리다에 디즈니월드를 운영하는 디즈니와 갈등을 빚어 왔고 최근에는 디즈니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을 비꼰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바이든 행정부 대표 정책 예산을 삭감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공화당이 가장 최근에 이처럼 불운한 것을 통과시키려 했을 때는 15번이나 시도해야 했다”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이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대로 15차례 투표 끝에 겨우 의장이 된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뉴욕타임스(NYT)가 자신의 나이는 문제 삼으면서 역시 고령인 트럼프의 나이는 걱정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1924년 시작된 연례행사로 2020∼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았다가 지난해 재개됐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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