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때 해외연수?" 尹 영어연설 띄우기 진심이었던 언론

정철운 기자 입력 2023. 4. 30. 14:33 수정 2023. 11. 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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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매너·유머 다 갖췄다' 5공 시절 떠올리게 하는 보도 쏟아져
"외신기자들이 도청이며 국익이며 대신 걱정하고 질문하는 나라"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지난 28일(한국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5박7일 국빈 방미 일정이 끝난 가운데 일부 언론이 외교 성과를 냉정히 짚기보다 지난 28일 대통령의 미 의회 '영어' 연설을 지나치게 띄워줘 일련의 보도 행태가 전두환 5공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의 연설 준비과정을 전하며 <“잘난 척 말고 쉽게”...영어 연설 '부정관사'까지 고친 尹>이란 기사에 '단독'을 붙였다. 같은 날 매일경제는 연설과 관련, <“BTS보다 여기 먼저와”…대본 없던 애드리브>란 기사를 냈다. 세계일보 기사 제목은 <“검사 때 해외연수 갔다 왔나?”…'발음·매너·유머 다 갖췄다'는 尹 영어연설>이었고, 파이낸셜뉴스 기사 제목은 <콘서트장 방불케 한 尹 연설, 주요 발언마다 美 의원들 열광>이었다. 이밖에도 한국경제는 <“영어 실력 이 정도였다니”…43분 尹 연설에 찬사 쏟아졌다>, 문화일보는 <尹 영어 연설 “발음 표현력 유머까지…한국어보다 낫다” 44분 연설에 57번 박수갈채>란 기사를 냈다.

28일 <“셀카 찍자”“사인해달라” 尹, 美 의원들 요청에 퇴장에만 10여분>이란 기사를 냈던 조선일보는 29일 <“중학교 졸업해도 이해할 수준으로” 尹 영어 연설문 10번 고쳤다>는 기사를 냈다. 배성규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29일자 <영어 울렁증과 작별하는 한국>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 대통령이 미 의회와 백악관 행사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고 당당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고 극찬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尹 연설, 홈런 쳤다”…김연아·MB 영어과외 美 선생님 놀란 장면>이란 기사를 내고 미국 스피치 전문가가 윤 대통령 연설을 두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영어 연설을 호평한 기사 제목들.

이 같은 언론의 '영어 연설' 호평은 방미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21일 <尹대통령, 美심장 파고들 '영어 연설' 맹연습…할 말은 하는 나라로>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채널A는 지난 22일 메인뉴스 코너에서 “윤 대통령이 외신과 한국말로 인터뷰 하는 도중, 통역사 영어 문장을 듣고는 '그 단어 말고 이 단어가 더 적합하다'고 정정하곤 한다”며 영어 실력을 소개했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 뒤에는 <잘부르네? 바이든도 외신기자도 놀란 尹의 '아메리칸 파이'>(머니투데이 4월27일), <“역대급 국빈” 미국 뒤집어 놓은 윤 대통령…듀엣 제의까지>(이데일리 4월28일)처럼 대통령의 팝송 실력을 띄우는 기사도 나왔다.

이 같은 일부 언론의 보도 분위기는 외신 분위기과 상반된다. 美 뉴욕타임스는 지난 29일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미국과 일본에 더 가깝게 다가섰고, 그의 나라를 양극화시켰다”며 “비평가들은 그가 얻은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은 이제 낮은 지지율로 그를 응징하고 있는 냉담한 국민을 만나러 돌아간다”며 “한국인들은 최근까지 멀게만 느껴졌던 질문과 씨름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 질문은 “급속도로 확대되는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어떻게 하면 안심할 수 있을까”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면서 “한국은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추구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보다 진보적인 지도자들은 북한과의 대화를 끈질기게 추구했고, 제재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미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고 전한 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기존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는 지금이 영어 연설에 호평을 보낼 만큼 여유로운 상황인지 언론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언론에 대한 실망감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회담 뒤 질의응답에서 LA타임스 기자는 美 바이든 대통령에게 “(당신의 요구는)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 국내 정치를 위해 핵심 동맹국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ABC기자는 윤 대통령에게 “미국이 한국을 도청했다는 것에 대해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 측의 약속이나 언질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 같은 질문을 전한 기사에는 “외신기자들이 도청이며 국익이며 대신 걱정하고 질문하는 이상한 나라”라는 촌평이 달리기도 했다. “불편한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길에 전용기 탑승이 금지될 수도 있다”는 촌평도 있었다.

국민들이 이번 방미 기간 국내에서 접한 기사 가운덴 <김건희 여사 방미길에 든 가방은?…38만원짜리 국산 비건 브랜드>(동아일보 4월25일), <'이게 나라다'…尹대통령, 국익 챙기러 가는 길에 국민 구했다>(데일리안 4월26일), <김건희 여사, 백악관서 졸리와 환담...닮은꼴 화이트 드레스 눈길>(한국경제 4월28일) 등도 있었다. 그전에는 <'젊은 오빠' 변신…尹 대통령 헤어스타일 바꿨다>(디지털타임스 4월18일)가 있었고, <'야구에 진심' 尹, 선동열 닮은 시구 표정 화제>(TV조선 4월1일)가 있었다.

▲대통령실이 29일 공개한 사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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