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협회 "의사들 파업하면 우리가 공백 메우겠다"

한의사협, 간호법 지지 나서…의사·간호조무사 등 '총파업' 예고

사진=대한한의사협회 홈페이지

의사와 간호조무사 단체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가 부분파업을 포함한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계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발생할 의료 공백은 한의사들이 메우겠다"고 선언했다.

대의협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해 공식 지지 입장도 표명했다.

30일 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입장문을 내고 "간호법 제정 필요성의 근본적인 취지에 공감해 지속적으로 찬성 의견을 견지해왔다"며 "간호법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보건의료계를 구성하는 개별 직역 간 상호 존중과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대의적 차원에 근거한 의견"이라며 "법령 제정의 선한 취지가 현실에서 잘 구현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의협은 간호법을 저지하겠다고 강경 투쟁을 선언한 의사협회 등이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빚어질 의료공백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우리는 이미 의료계 내에서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본분은 잊은 채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직역이기주의의 심각한 폐해를 경험했다"며 "더 이상 상대 직역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과 악의적인 폄훼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인의 사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는 대원칙을 한순간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길 바란다"며 "국민들의 고통과 불편은 외면한 채 의사 단체 등이 기어이 파업에 돌입한다면 최선을 다해 진료 현장에 매진함으로써 의료공백에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과 의료인 면허 취소 기준을 강화해 '의사면허 취소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두 법안이 의결되자 의료연대는 무기한 단식을 시작으로 파업을 예고했다. 사실상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계 직역이 파업을 선언해 당장 국민의 의료 이용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보건의료계는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거부하면 총파업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본회의장에 최연숙 의원과 김예지 의원만 남아 있다. 사진=대전일보DB

다만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과거 집단행동에 비해 참여를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여서 종합병원과 동네의원 '셧다운' 등의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간호사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하는 간호법은 의사 증원에 비하면 전공의들과의 이해관계가 적다"며 "의협 회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개원의는 과거 집단행동에서도 참여율이 높지 않았다. 전공의들의 동참이 저조하면 종합병원 등 상급 의료기관 진료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 제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퇴장했으나, 지난 38년 간 간호사로 살아온 최연숙 의원과 간호사 어머니를 둔 김예지 의원만 끝까지 본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져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