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대관식 D-7…필수템 ‘운명의 돌’도 호위 속 런던 도착
영국 왕실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 준비로 분주하다. 대관식에는 1천년의 전통과 관습에 따라 보석 444개가 박힌 대관식 왕관과 순금으로 도금된 무게 4t에 이르는 황금 마차가 등장할 예정이다. 대관식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운명의 돌’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성에서 깨어나 런던으로 이송됐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남, 찰스 3세는 다음달 6일 오전 11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질 대관식에서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가 됐음을 선포한다. 1066년 윌리엄 1세 이후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대관식은 이번이 40번째다. 대관식은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국왕을 소개하며 승인을 요청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참석자들이 ‘신이여, 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라고 외쳐 답하고 나면, 전통에 따라 서약-성유 바르기-왕관 쓰기-경의 표시 순으로 진행된다.
대관식 필수템 ‘운명의 돌’이 뭐죠?
이번 대관식에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영국 왕실의 보물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대관식이 진행되는 동안 찰스 3세가 앉을 높이 2m짜리의 대관식 의자 ‘성 에드워드 의자’는 1300년에 제작됐다. 지금까지 영국 군주 26명이 이 의자에 앉아 왕관을 받았다.
이 의자 하단에는 무게 150kg의 붉은 사암인 ‘운명의 돌’이 들어가야 한다. 운명의 돌은 9세기 초부터 스코틀랜드 국왕의 대관식에 사용된 성스러운 물건인데, 1296년 에드워드 1세가 스코틀랜드에서 전리품으로 가져왔다. 이 돌은 대관식 때마다 런던으로 가져온다는 조건으로 1996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성에 영구히 반환됐다. 운명의 돌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밤 에든버러성에서 의식을 치른 뒤 철저한 보안 속에서 런던으로 옮겨졌다.
이날 찰스 3세는 역대 영국 국왕 중 7번째로 ‘성 에드워드 왕관’을 쓰게 된다. 1661년에 제작된 이 대관식 왕관은 보석 444개가 박혀있어 무게가 2.23kg에 이른다. 이는 평소 영국 국왕이 쓰는 제국관 무게(1.06kg)의 2배가 넘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성 에드워드 왕관은 1953년 대관식에서 단 한 번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찰스 3세는 왕권을 나타내는 상징물인 보주, 왕홀(scepter·지휘봉) 등의 레갈리아를 받게 된다. 약 1시간에 걸친 대관식이 끝나면 국왕 부부는 ‘황금 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으로 향한다. 260년 된 골드 스테이트 코치 마차는 금박을 입힌 나무로 제작됐는데 무게가 4t에 이른다.
달라진 대관식, 다양성·지속가능성 고려
이번 대관식은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 비하면 간소화되고, 변화한 시대상에 따라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은 국내외에서 8천여명이 초청된 성대한 행사였으나, 이번에는 물가 급등 등의 사정을 고려해 참석자를 2천여명으로 줄였다.
대관식은 이제 다문화 사회가 된 오늘날의 영국을 곳곳에 반영할 예정이다. 우선 대관식에 가장 먼저 입장하는 성직자 행렬에는 영국 국교회 외에도 무슬림, 힌두, 시크, 유대교도 동참한다. 영국 국교회를 수호하겠다는 의미의 서약 의식에서 타 종교가 언급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대관식 물품을 옮기는 역할을 하는 이들도 과거에는 모두 백인 귀족 남성으로 채워졌으나, 이번에는 여성이나 흑인 등 구성이 다양해졌다. 국왕의 홀(지휘봉)은 윈드러시 기념 위원회를 이끄는 흑인 여성 플로라 벤저민 남작이 맡는다. 윈드러시는 2차 대전 뒤 영국의 노동력 부족 해소를 위해 초청받아 이주한 카리브해 출신 이주민을 뜻한다. 영국의 보검인 ‘헌납의 검’은 처음으로 여성 군인이 든다.
‘성유 바르기’ 의식에 쓰일 스크린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대관식 중 대주교가 국왕의 머리, 가슴, 손에 성유를 바르는 의식은 ‘신과 국왕 간의 사적인 시간’으로 여겨져 대중에 공개되지 않는다. 지난 28일 영국 왕실은 성유 의식을 가리기 위해 만든 스크린을 축성하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왕실은 찰스 3세의 환경보호 운동에 보조를 맞춰서 스크린을 지속가능한 재료로 수를 놓고 스크린을 지지하는 봉은 바람에 쓰러진 나무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성유는 예루살렘과 찰스 3세의 친할머니가 묻힌 수도원에서 난 올리브로 만들었는데, 동물 성분은 빠졌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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