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내전, 휴전 종료 하루전 다시 격화…“세계의 악몽” 우려

신기섭 2023. 4. 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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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하르툼에서 격렬한 폭발음 들려
하르툼 북부에서도 정부군·군벌 충돌
서로, 휴전 약속 위반 책임 떠넘겨
수단 정부군과 군벌의 전투가 다시 격화하고 있는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29일(현지시각)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하르툼/AP 연합뉴스

30일까지로 예정된 수단의 일시 휴전이 끝나기도 전부터 수단 정부군과 군벌 세력인 신속지원군(RSF)의 전투가 다시 격화하고 있다. 유엔은 두쪽이 일단 종전 협상에는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고, 전 수단 총리는 수단 사태가 이어지면 시리아나 리비아 분쟁보다 더 큰 악몽이 될 것이라며 국제 사회의 평화 정착 노력을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29일(현지시각) 저녁 수단 수도 하르툼의 대통령궁과 군 사령부 인근의 도심에서 격렬한 폭발음이 들리는 등 전투가 다시 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공습과 대포 공격으로 하르툼 곳곳이 파괴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군과 신속지원군은 30일까지 일시 휴전을 하기로 합의했으나, 휴전 종료 시한이 끝나기 전부터 다시 전투에 나섰다. 하르툼 시내에 머물고 있는 주민 칼리드는 통신에 “잠을 자다가 폭탄이 집에 떨어질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밤에도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했다.

정부군은 이날 하르툼에서 청나일·백나일강 건너 북쪽에 위치한 북하르툼과 옴두르만에서 신속지원군에 대한 공격 작전을 수행해 차량 25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주요 정유 시설이 있는 곳이다. 목격자들은 이 지역에서 정부군이 신속지원군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벌였다고 전했다.

신속지원군은 옴두르만에서 정부군의 공격에 맞서 정부군 비행기 한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신속지원군은 정부군이 옴두르만을 공격함으로써 일시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정부군은 이에 즉각 논평하지 않았지만, 앞서 휴전 합의를 먼저 깬 쪽은 신속지원군이라고 주장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전투가 다시 격화하면서 수단 주민과 외국인의 탈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15일 전투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5만명 이상의 수단 주민이 차드, 이집트,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 탈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민간인 수백명을 하르툼에서 홍해 연안의 항구 도시 포트수단으로 이동시켰고,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날 자국민과 16개국 외국인의 출국을 도울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자국민 수송을 위한 항공기 착륙이 불허돼 29일 수송 작전을 일시 종료했다.

외국 방문을 위해 서방 대사관에 사증(비자)을 신청했던 일부 수단인들은 대사관들이 긴급 철수하면서 여권을 돌려주지 않아 외국으로 나갈 길이 막혀 버렸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지난 3월 말 스웨덴 대사관에 사증을 신청했던 아마드 마무드는 스웨덴 대사관이 내전 발발 며칠 만에 업무를 중단하면서 여권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스웨덴 외교관에게 여권을 돌려주거나 비자 승인이 난 여권 사본이라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방송은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도 대사관 업무를 중단한 상황이어서 사증을 신청했다가 비슷한 곤란에 처한 이들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전했다. 일부 대사관에서는 새로 여권을 신청하라고 말하고 있으나, 내전이 치열해지면서 이 또한 힘든 상황이다.

전쟁 피해자를 집계하고 있는 수단 의사 연합회는 15일 이후 이날까지 사망자가 411명으로 집계됐으며 부상자는 2023명이라고 밝혔다고 <에이피>가 보도했다. 앞서 수단 보건부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528명과 4500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유엔은 정부군과 신속지원군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의 수단 민주주의 이행 지원단의 폴커 페르테스 단장은 두쪽이 협상에 나설 교섭 대표들을 이미 선정했다며 협상 장소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또는 남수단의 수도 주바가 꼽힌다고 말했다. 다만, 언제 협상이 가능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수단의 전 총리 압달라 함도크는 수단 사태가 시리아나 리비아 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그는 이날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전투가 길어질 경우 수단이 “세계의 악몽”이 될 것이라며 평화 협상을 위한 국제 사회의 일치된 노력을 호소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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