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업 1분기 영업익 20조원 ‘증발’…세수 ‘빨간불’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합계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조원 넘게 감소했다. 2분기에도 이들 기업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정부가 일부 대기업에 과도한 세제 혜택을 부여해 ‘세수 절벽’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27일 기준 상장사 88곳의 1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은 21조67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조7587억원)에 비해 48.1% 감소했다.
1분기 영업이익 급감 원인은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1년 전에 비해 각각 95.5%와 58.1% 줄어든 영향이다. 같은 기간 철강과 정유 업종도 고전하면서 포스코홀딩스(-69.6%)와 에쓰오일(-61.3%)의 나쁜 실적도 영업이익 감소 폭을 키웠다.
반면 수출 호조로 현대차(86.3%)와 기아(78.9%)는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한국 경제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해운업체 HMM과 에너지기업 SK이노베이션도 증권사의 영업이익 증감률 추정치가 각각 -77.1%과 -82.2%로 예상돼 향후 전체 상장사의 이익 감소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올해 2분기에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어둡다.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추정치를 집계한 결과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4.1% 줄어들 전망이다. 반도체 경기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여전히 큰 데다 정유·철강·화학 업종의 부진도 점처지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세수 펑크’도 우려된다. 이미 지난해 4분기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로 영업이익이 줄어들며 작년 실적에 매겨지는 올해 3월 법인세는 작년보다 6조8000억원이 덜 걷혔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기업들이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국세청이 8월에 징수하는 법인세 납부 실적도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비중이 전체 국세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세수 부족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했다.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세제 혜택도 세수 절벽을 부추겼다. 정부는 올해 대기업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설비투자를 할 경우 적용되는 세액공제율을 현행 8%에서 15%로 확대했다. 그뿐만 아니라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올해만 10%의 추가 공제 혜택을 부여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세제 혜택 덕분에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각각 11.1%, 13.7%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세수 결손이 확대되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것보다 투자세액 공제율을 높이는 게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데는 더 효과적”이라며 “당초 기획재정부가 세액공제율을 대폭 높이는 데 소극적으로 나섰던 이유도 세수 펑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도입된 국가전략기술 등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에 대한 세수효과는 원칙적으로 내년 법인세 신고 시 반영된다. 올해 세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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