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초의회 잇단 외유성 해외 출장에 비판 여론 ‘비등’
부산지역 기초의회의 잇따른 외유성 해외출장에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외유성 출장에는 휴양·관광지 방문을 숨기기 위해 기초단체 사업과 관련 없는 곳을 방문시설로 끼워 넣는 ‘꼼수’가 동원되고 있다. 다른 지역 의회의 출장계획안을 그대로 베끼거나 불과 몇 달 만에 해외출장을 다시 계획해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의회와 같이 1년 전 계획을 세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연제구의회는 5월 6~12일 뉴질랜드와 호주로 출장을 떠난다. 구체적 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뉴질랜드 로토루아(온천 휴양지), 호주 블루마운틴(국립공원)·오페라하우스 등 휴양·관광지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의회는 출장계획서에서 로토루아 방문을 “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벤치마킹”이라고 밝혔다. 부산참여연대는 이와 관련해 “연제구 사업과 관련 없는 시설을 해외출장 때마다 방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관광지 방문을 숨기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면 연제구정에 언제, 어떻게, 어디에 접목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연제구의회는 지난해 일본 도쿄·나가사키·후쿠오카 일대(10월26~30일)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10월17~22일)를 다녀오면서 이미 폐기물 관련 시설을 방문했다. 당시 ‘외유성 해외연수를 규탄한다’는 비판 현수막 20여개가 도심 곳곳에 내걸렸다.
출장계획서가 북구의회 계획서와 유사해 표절 의혹도 나오고 있다. 북구의회도 6월 21~28일 뉴질랜드와 호주 출장을 계획하면서 로토루아, 시드니 그래피티거리, 오페라하우스 등을 방문키로 했다가 심의위에서 부결 처리됐다.
시민단체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유명 휴양·관광지를 (각각 다른 구가) 동일하게 방문해 구정에 접목하려한 것 자체가 구에 맞는 목적과 일정이 아니라는 근거”라며 “연제구의회는 상습적으로 구민을 기만하고 거짓 출장계획을 세워 그들만의 힐링여행을 떠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하구의회도 5월로 예정된 호주 출장이 지난해 부산진구가 진행한 호주 공무 국외출장과 거의 동일하다며 ‘표절 관광’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진구의회도 UAE 출장을 계획했다가 ‘외유성 국외출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해운대구의회는 6개월만에 또 해외출장을 떠났다. 지난해 10월 UAE 출장을 다녀온 해운대구의회는 지난 25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스페인 출장 중이다. 지난해 관광지 방문이 주요 일정이어서 비판을 받았지만 올해도 마드리드 광장과 세비야대성당·알함브라궁전 등 일정 대부분이 관광지로 밝혀졌다.구의회는 이번 출장과 관련해 ‘우수 관광정책 벤치마킹을 통한 문화관광 구정 접목 방안 모색’이라고 밝혔다.
기초의회들의 올해 상반기 해외출장 강행은 내년 총선 때문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총선 준비가 시작되면서 바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둘러 외유에 나선 것이다. 연제구의회와 해운대구의회 등은 이같은 비판에 “관광지가 포함된 것은 맞지만 해외 도시의 장점을 배워 구에 잘 접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참여연대는 30일 “서울시의회는 내년도 공무국외출장계획을 (올해) 연말까지 제출하고 있다”며 “시민과 심의위원회가 심의 전 계획서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출장 후 보고서 심사를 거쳐 부적절한 일정도 예산환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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