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부3’ 한석규-이경영, ‘자강두천’의 가치관 전쟁 점화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4. 3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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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3년 걸렸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외상센터가 준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SBS 금토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극본 강은경·임혜민, 연출 유인식·강보승)은 그 시점에서 시작된다. 시즌 2 이후 3년 만이니 외상센터 건축시기와 딱 맞물린다. 영리한 복귀 시점이다.

외상센터는 ‘김사부’ 부용주(한석규 분)가 시즌 1, 2를 거치며 의사로서 구축해온 가치관의 결정체다. 외상센터의 설립 목적은 죽을 정도로 다친 중증 외상환자를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취지다. 당연히 돈 되는 시설이 아니다. 주 환자층이 위험 노출이 많은 블루컬러 직군인데다 중상 환자 치료에는 더 많은 의료 인력과 더 많은 의약품, 기자재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의료수가면에서 가성비가 현격히 떨어지므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마친 많은 의료인들로부터도 외면받는 시설이다.

다만 오직 환자에 대한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 다짐한, 일생을 의업을 통해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 진정한 의료인들의 환영을 받을 뿐이다. 그런 의료인들이 김사부를 필두로 돌담병원에 모여있다.

준공도 떨어지기 전 돌담병원 외상센터가 처음 맞이한 환자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 탈북민들이었다. 해경이 이들을 발견했을 때 총상으로 사경을 헤매는 환자와 폐가 망가져 가는 소녀, 팔에 가벼운 총상을 입은 기관장과 어린 소년 한명이 일행으로 구조됐다.

마침 정국은 40조 규모 남북 경협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고 이들 탈북민의 존재는 그 모든 협상을 무위로 돌릴만한 파괴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김사부는 비밀 유지와 이들의 구명을 위해 준공검사도 마치지 않은 외상센터를 개방했고 구명에 성공한다. 시즌 2에서 생명을 구해준 국방부장관의 도움을 받아 송환도 막는다.

그 과정 속에서 학부시절부터의 라이벌 차진만(이경영 분)이 등장한다. 차진만은 부용주와 함께 학부시절부터 거산대의 자강두천(자존심 강한 두 천재)으로 불리며 오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다.

비록 전공은 GS(부용주), CS(차진만)으로 갈렸지만 두 사람 모두 상대의 실력은 인정한다. 다만 부용주는 차진만을 “그 실력이 환자에 대한 헌신과 비례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차진만은 사람 살린답시고 온갖 원칙을 무시하는 부용주를 “여전히 헛소리나 내뱉는”인물로 폄하하고 있다.

이들 사이의 갈등은 단지 가치관 차이만은 아닌 듯 하다. 시즌 1 번외편에 등장, 에이즈 양성환자의 수술을 부탁했던 이영조(김혜수 분)의 존재. 차진만은 부용주의 방에서 이영조와 함께 찍은 부용주의 사진을 복잡한 심경으로 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둘 다 맺어지진 못했지만 이영조를 두고 두 사람은 연적이었을 수 있다. 물론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인 이영조는 가치관 면에서 차진만보다 부용주와 가까웠을 것이고.

즉 차진만은 라이벌이지만 피해의식이 있는 쪽에 가깝다. 서울 유수의 병원들이 그를 영입하려 애쓰는 와중에 박민국(김주헌 분)을 따라 돌담병원까지 행차한 이유도 “의사로서 닥터 부용주에 대한 존경심이 한 몫했다”란 박민국의 한마디에 자극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 겹 더 엮이는 존재도 있다. 딸 차은재(이성경 분). 차진만이 보기에 아무래도 딸은 부용주의 밑에서 잘못 크고 있는 느낌이다. 언젠가 역시 의사인 아들 차은호가 환자의 담관을 잘라먹는 의료과실을 저지른 적이 있다. 이후 돌담병원에서 그 환자를 담당한 서우진(안효섭 분)이란 의사가 그 과실을 발견했다. 그로 인해 아들은 면허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딸 차은재는 동기인 서우진의 편을 들었고 그 이후로 은재와 가족은 소원해졌다.

“그랬어요. 우린.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고 함께 했고.. 서우진 선생이 나타나기 전까진 우리 가족은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그랬었다고.” 딸은 부용주의 밑에서, 또 선배의 부정 의료행위를 고발했던 내부고발자 서우진 옆에서, 가족의 잘못마저 들춰내는 의사로 크고 있었다.

차진만이 보기에 부용주는 위험하다. ‘사람 살린다’는 저만 잘난 가치관으로 의료시스템을 유지하는 무수한 원칙들을 넘어선다. 의료서비스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시행되기 위해선 시스템이 중요하고,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원칙들은 존중받아야 된다. 목전의 환자에만 매몰돼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천방지축은 위험인자일 수밖에 없다. 더욱 위험한 것은 딸 차은재뿐 아니라 엘리트 의식 충만했던 박민국 등 주변을 오염시킨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신이 나서기로 했다. “박교수가 제의했던 외상센터 말인데 내가 그리로 가려면 조건이 하나 있어요. 부용주 그 친구를 외상센터에서 제외시켜 주세요. 부용주가 없는 외상센터라면 한 번 생각해보죠.”

시즌 1, 2의 정치꾼 의사 도윤완(최진호 분)과는 결이 다른 새로운 안타고니스트의 등장이다. 분명히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의사 집단끼리의 동업자 정신이나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중요한 영리 등도 차진만이 김사부를 배제시킨채 지켜내려는 중요한 원칙이 아닐까 싶다.

“어느 쪽이 더 의사다운가, 어느 쪽이 더 가치 있는 인생인가에 대해서 묻는 거라면 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 인생이라는 거는 남과의 비교 문제가 아니라 내 선택의 문제거든. 네가 어떤 길을 가든 어떤 선택을 하든 너 자신을 의심하지 마!”

시즌 2에서 김사부가 의사로서의 갈림길에서 선 차은재에게 해준 말이다. ‘김사부’ 부용주의 길과 차진만의 길, 확신으로 무장한 그들의 선택이 빚어낼 수많은 갈등들 속에서 돌담병원 외상센터는 어떤 행보를 취하게 될 지 궁금하다.

아울러 카메라가 계속 비추는 것으로 보아 시즌 2에서 서우진이 집도한 수근관증후근(CTS)과 다발성 경화증(MS)를 앓았던 김사부의 손목도 어느 에피소드에선가 중요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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