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와 똑같이 한 몸처럼 움직여"…무게감까지 전달하는 '아바타 로봇'
기사내용 요약
배준범 UNIST 교수팀 개발 '아바타 로봇'…세계 대회 6위 기록
"사람 팔·손가락 똑같이 구현…무게, 물건 표면 느낌까지 전달"
[울산=뉴시스] 심지혜 기자 =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공상과학영화 ‘아바타’. 주인공인 제이크 설리는 해병대 출신 퇴역군인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하지만 다른 행성 원주민 아바타에 의식을 주입하면 걷거나 뛸 수 있다. 행성 여전사와 사랑도 나눈다.
또 다른 영화 ‘써로게이트’에서는 대리 로봇이 인간의 삶을 대신 산다. 의식을 주입한 로봇이 대신 직장 생활을 한다.
영화에서만 가능했던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똑같이 구현한다. 사람의 팔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한다. 물건을 집는 섬세한 동작도 가능하다.
지난 28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확인한 ‘아바타 로봇’이 손을 들고 "안녕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방문한 기자들을 환영했다. 이 로봇은 상반신까지는 사람과 비슷하다. 사람의 골격구조와 유사하게 설계됐다. 어깨, 팔꿈치 손목, 그리고 손가락에 다 관절이 있다. 얼굴에는 눈이 있다. 동그란 눈을 깜박이면서 사람이 시키는 대로 고개를 들고 현장을 방문한 기자들을 살펴봤다.
배준범 UN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이 로봇은 지난해 엑스프라이즈(X-PRIZE) 세계 아바타 로봇 대회 6위 성적을 거두는 등 글로벌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조종자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쓰고 가상현실(VR)로 로봇이 보는 현장을 그대로 확인한다. 여기에는 스피커와 마이크가 있어 소통도 가능하다. 손은 관절마다 센서가 부착된 장갑을 끼고 있다. 팔 움직임 신호는 손목에 연결된 기계를 통해 전달한다.
로봇이 보고 듣는 것뿐 아니라 직접 집어 드는 물체의 무게, 심지어 감각까지 전달한다. 떨어져 있지만 사람이 마치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현장에서 본 로봇의 손은 정말 사람과 비슷했다. 손바닥은 비록 좀 투박한 직사각형 모양이었지만 함께 붙어 있는 손가락은 사람의 관절과 유사했다. 또 손에 있는 지문을 대신하기 위해 손바닥과 손가락에는 고무 같은 패드가 붙어 있었다.
조종자가 팔을 뻗어 손을 쥐는 행동을 하자 로봇이 앞에 있는 인형을 집어 들었다. 이후 인형을 내려 놓고 조금 더 무거운 드릴을 집었다. 사람은 쉽게 하는 행동이지만 로봇이 하기에는 섬세한 손동작과 악력이 필요하다.
로봇은 실제 사람이 물건을 잡을 때 손가락을 오므리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무게가 있고 표면이 좀 더 매끄러워서 쉽게 못 잡을 것 같았는데 이는 오산이었다. 조금 느리게 움직였지만 로봇은 드릴을 집어 앞에 있는 기자들에게 내밀었다.
움직임 속도는 일부러 느리게 설정해 놨다고 한다. 빠르게 움직일 경우 균형이 흔들리거나 지시하는 동작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어 제한해 놨다는 설명이다.
이날 본 로봇의 손가락은 엄지, 검지, 중지 세 개 밖에 없었다. 지난해 출전한 세계 대회에서 조종자가 실수로 새끼 손가락을 망가뜨려서 빠진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물건을 집거나 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영향이 크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약지, 새끼 손가락이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당 대회에서 이 로봇은 앞에 놓여있는 물건의 무게를 가리거나, 드릴을 집어 든 뒤 앞에 있는 볼트를 푸는 임무를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앞에 있는 여러 공의 표면을 만져서 느낀 후 거친 돌과 매끈한 돌을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대회에는 100여개 팀이 등록했는데, 다양한 검증을 통해 총 17개 팀이 결승전을 치뤘고 최종 6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배준범 교수는 “이 로봇은 움직임뿐 아니라 실제 만지는 물건에 대한 느낌을 사람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로봇이 물건을 들었을 때의 무게, 압력 등을 사람이 같이 느끼고, 물건 표면의 느낌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은 이런 감각을 전달받음으로써 로봇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기술이 더 정교하게 발전하면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재난 현장이나 심해 또는 우주 탐구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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