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채점자를 과외교사로?…수상한 가덕도 신공항 자문단

남종영 2023. 4.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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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학원 등 검토기관 출신으로 구성, 환경영향평가 대비
“비밀과외로 만들어지는 환경영향평가…독립성 무너져”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대항항과 국수봉 일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 환경영향평가를 준비하면서, 환경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 검토위원들을 추천받아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채점자’에게 과외를 받아 ‘시험 준비’를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영향평가의 독립성을 허무는 데다 관련 업무 처리 규정을 위반한 사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겨레>가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의원(정의당)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공문을 살펴본 결과, 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환경연구원(KEI)과 한국환경공단 각각 2명 그리고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수산과학원, 환경부(국립생태원에서 파견) 각각 1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은 지난 19일 세종시의 한 회의실에서 환경영향평가 용역업체와 함께 첫 회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업자(국토교통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독립적으로 검토해 환경부에 의견을 내게 돼 있는 검토기관 소속이다.

그래픽_전가영 영상소셜팀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 자문단 구성∙운영안’을 보면, 자문단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의 환경 이슈 해소 및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만들어졌다. 정부는 지난 3월14일 가덕도 신공항의 공기 단축을 위해 활주로를 전부 해상에 놓는 방식에서 육상 및 해상식으로 변경한 안을 발표했는데, 자문단도 이 시기 추진된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2030년 부산 엑스포 6~7개월 전에 넉넉히 완공하라”고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자문단은 4월 첫 회의부터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때까지 수시로 자문회의를 열고, 다음 단계인 환경영향평가 때에도 계속 조직을 유지할 계획이다.

지난 4일 국토교통부는 가덕도 신공항 환경영향평가 자문단을 추천해달라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 요청했고, 같은 날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한국환경공단, 국립생물자원관 등 산하기관 4곳과 한국환경연구원에 각각 1명 이상 자문위원을 뽑아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을 제외한 산하기관 3곳은 각각 환경영향평가 검토부서에서 일하는 직원 한 명을 자문위원으로 추천했고, 국립생태원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로 파견된 직원을 명단에 올렸다. 해양수산부도 국립수산과학원의 해역이용영향평가 부서 직원을 보냈다. 다만, 한국환경연구원은 환경영향평가 검토부서가 자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연구부서 소속 두 명을 자문단에 보냈다.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협의 업무 처리 규정’을 보면, 환경부나 지방환경청 등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관장은 사업자에게 용역이나 자문을 제공한 기관을 검토기관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한국환경연구원 등 이번에 자문단에 들어간 검토기관 5곳 전체가 배제되기 때문에,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환경영향평가는 진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래픽_전가영 영상소셜팀

환경부 관계자는 “가덕도 신공항 환경영향평가를 빠르고 충실하게 진행하자는 국토부의 협조 요청 취지에 공감해서 자문위원을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규정 위반 지적에 대해서는 “(사업자에) 자문비를 받고 일을 해준 검토기관은 배제하지만, 이번처럼 업무 협의나 의견 제시 등에 대해선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때도 환경부는 국토부에 직원을 파견하고 환경영향평가 작성에 관여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한국환경연구원도 환경영향평가서를 미리 받아 수정, 삭제 의견을 주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이에 감사원은 2018년 ‘4대강 사업 추진 실태’ 감사에서 “환경영향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두 기관에 주의 조처를 내렸다.

이은주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제주 제2공항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뒤엎는 등 환경영향평가법의 목적과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식의 밀실과외로 만들어지는 환경영향평가서는 이미 신뢰와 독립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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