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발 주가폭락 8개종목 시총 7.8조 증발…금융당국 조사 확대
늑장대응 논란에 금융위 “주가조작 인지 초기부터 당국·검찰 공조”
‘SG증권 발(發) 주가폭락 사태’로 드러난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 대주주의 사전 인지 여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이번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 금융위원회는 인지 초기부터 금융감독원, 검찰과 공조를 해왔다면서 최근 압수 수색과 출금 금지가 신속히 이뤄진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수사에 시간이 걸리자 이를 틈 타 세력들이 대규모로 주식을 처분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검찰과 금융당국이 합동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하면서 본격 수사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 28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수사·조사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매수·매도가를 정해 사고팔며 주가를 띄우는 통정거래가 있었는지를 규명해 내는 게 수사 핵심으로 꼽힌다.
이번 주가조작 혐의 세력이 1000여명의 투자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에 혐의 입증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매매 분석 등을 통해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 대주주의 사전 인지 여부 등을 전방위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주목하는 포인트는 주가 폭락 전 일부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가 급증한 부분이다.
선광의 경우 평소 10주 미만이었던 공매도 물량이 폭락 직전인 지난 19일 4만주 이상 나오는 등 이상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하한가를 맞은 8개 종목 대주주 등이 주가 조작 여부 등을 사전 인지하고 있는지도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폭락 사태 직전 다우데이타 보유 주식을 처분한 점도 의혹이다.
김익래 회장은 지난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서울가스 김영민 회장도 지난 17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주당 45만6950원에 10만주를 팔았다고 공시했다. 매도 금액은 456억9500만원에 이른다.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도 주가조작 세력에 연루돼 자신도 피해를 보고 다른 투자자도 끌어들인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세력으로 의심받는 H투자컨설팅업체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과 관계자 명의 업체, 주거지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한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언론사 제보 등으로 이번 사건 징후를 처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SG증권발 폭락 사태 관련 인지 시점에 대해 “제가 들은 건 아주 최근”이라고 말했다.
SG증권발 매물 폭탄에 연일 급락세를 탔던 8개 종목 중 상당수에 대해 시장에서는 작년부터 이미 ‘작전설’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금융위원회의 인지 시점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빚은 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 등은 모두 유동성이 적어 본래 주가 변동성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최근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성홀딩스 주가는 최근 꾸준히 우상향하며 지난달 말 종가 기준 13만7200원을 기록했는데, 지난 2021년 말 4만7100원에서 1년 3개월 새 3배가량 오른 것이다.
지난 달 기준 삼천리 주가는 51만5000원으로 2021년 말 종가(9만800원) 대비 6배가량, 세광은 같은 기간 1만1950원에서 4만6000원으로 4배가량 상승했다.
금융위원회는 늑장대응과 관련 “초기 인지 시점부터 금감원, 검찰과 함께 공조 수사를 해왔으며 최근 압수 수색과 출국 금지가 신속히 이뤄진 점이 이를 보여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사에 시간이 걸리면서 당국의 움직임을 눈치챈 주가 조작 세력들이 물량 처분에 나서 주가 폭락 사태가 빚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폭락세를 거듭한 8개 종목의 지난 28일 기준 시가총액은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21일 대비 7조8492억9000만원 급감했다.
금융위원회가 더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끝물’에 들어갔던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단 사안이 중하니 압수수색 권한이 있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총괄과가 먼저 나섰던 것”이라며 “금감원과 남부지검 협력을 받아 실시간으로 자료를 공유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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